올해 한국사회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이합집산(離合潗散)', 국제사회를 잘 묘사한 사자성어로 '안하무인(眼下無人)'이 뽑혔다. 24일 주간 교수신문이 전국 1백20명의 교수들을 대상으로 '교수들이 바라본 2002년'이라는 주제로 인터넷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16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 기상도와 실세를 좇아 이리저리 소속당을 바꾼 '철새' 정치인들을 빗댄 '이합집산'이 국내 부문을 대표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혔다. 다음으로는 북 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를 둘러싼 남과 북, 북한과 미국, 남한과 미국, 북한과 일본 등 이해 당사국들의 잇따른 판단착오와 엇박자, 북한 문제를 선거와 연계시켜 일희일비한 여.야당의 행태를 빗댄 '동상이몽(同床異夢)'이 뽑혔다. 또 '우왕좌왕(右往左往)'과 '좌충우돌(左衝右突)' 등이 그 뒤를 이었는데 이는 규범과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미래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컨센서스)가 희박한 한국사회를 묘사한 사자성어들이다. 올해 국제사회를 가장 잘 표현한 사자성어로는 '안하무인'이 단연 압권이었다. 이는 세계적인 비판 여론에도 아랑곳없이 대(對)이라크 전쟁 준비를 강행하고 '미군 장갑차 여중생 압사사건'에 대해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는 등 일방적 외교 노선을 걷고 있는 부시 미국 대통령을 풍자한 말. 교수들은 올 한해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월드컵 개최 및 4강 진출'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한편 교수들은 대학 교수사회를 묘사한 사자성어로 '사면초가(四面楚歌)' '전전긍긍(戰戰兢兢)' '암중모색(暗中摸索)' '제행무상(諸行無常)'을 꼽았다. 이는 교수사회의 치열한 업적 경쟁, 외부용역 수주 경쟁 등 늘어나는 학문 외적인 업무부담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표현한 말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