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상승 기대감에 젖어 있던 연말증시에 전쟁 리스크가 찬물을 끼얹었다. 23일 종합주가지수는 2.55% 떨어져 700선 밑으로 내려갔다. 미국-이라크전 발발 가능성과 북한핵(核)문제 등 장외 리스크에 짓눌린 셈이다. 코스닥시장은 투매양상을 보이는 등 더 나빴다. 코스닥지수가 이날 5% 이상 폭락, 지난 11월26일 이후 한달만에 50선 아래로까지 곤두박질쳤다. 전문가들은 "국제 정치 리스크와 증시 수급구조, 세계경제 회복기조를 볼 때 내년 1분기까지 조정장이 이어질 수도 있다"며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대선 착시 현상 이날 증시 급락의 이유에 대해 대선 등으로 등한시됐던 해외 리스크가 한꺼번에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국-이라크전 발발에 대한 우려와 북한 핵문제 등으로 국제 원유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금값은 5년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대선 결과에 몰두했던 국내 증시는 이에 둔감했었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은 "대선 이후 상승 기대감으로 개인들의 선취매가 많았다"며 "그러나 대선 이후에도 상황이 호전되지 않자 미수금 정리 등을 통해 개인 매물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개인들은 이달 10∼18일 7천5백억원어치 이상을 순매수했다. 이날 1천6백억원 이상의 프로그램 매수와 외국인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지수가 급락한 것은 대규모 개인 매도와 무관치 않다. 배당 과정에서 자신의 신분을 노출하지 않으려는 개인 큰손의 주식 매도가 가세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조정장세 지속되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내년 1분기까지 약세장을 이어갈 것으로 점치고 있다. 내년 1∼2월중 미국-이라크전 발발 가능성이 높고 국내외 경기도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신증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미국의 경우 디플레 압력이 가중되고 있으며 일본과 독일은 내년 1분기중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수 있다"며 "지난 2개월간의 베어마켓 랠리는 사실상 마감됐으며 내년 1분기까지 조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단기 투자자는 당분간 현금 보유가 바람직하며 중장기 투자자라면 내년 1분기중 630∼640선에서 매수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증권 홍 부장은 "내년 1분기 지수는 640∼760선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중동지역 위기로 1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700선 아래에서는 매수가 유효하나 720선 이상에서는 현금화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