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일자) 시장경제 원칙에 충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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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노무현 후보가 16대 대통령 당선자로 확정됐다.
그 어떤 대선보다 치열했고 진통도 컸던 선거전을 거쳐서다.
후보들과 정당 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국정 과제를 둘러싼 토론에 뛰어들었고 그것은 논쟁과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바로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노무현 후보가 앞으로 5년간 국정을 책임질 당선자로 탄생한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당선에 대한 의례적인 축하보다는 대통령으로서의 무거운 과업에 대해 먼저 당부의 말을 해두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회창 후보와의 표차가 매우 근소했다.
유권자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국민이 노 당선자의 정강정책에 사실상 반대했다는 뜻도 된다는 점을 당선자는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 사이에 이념과 가치관의 차이가 워낙 컸고 이 차이는 정치와 경제 전분야에 걸쳐 앞으로 사사건건 갈등을 조성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분명히 해야할 점은 대통령은 국헌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해야할 책무를 지고 있고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두 어깨에 온전히 걸머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국체가 자유민주주의인 이상,정치적으로 민주주의를 추구하며 경제적으로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양대축 만큼은 한자 한획도 어긋남이 있어서는 안된다.
당선자를 배출한 민주당이건 패배한 한나라당이건 이제는 모두가 기본과 원칙으로 돌아가 대한민국의 건국 이념은 무엇이며 제(諸) 정치세력들은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또 그것을 위한 스스로의 책무는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다.
낙선한 이회창 후보라고 해서 그 국민된 신성한 의무가 배제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한나라당은 정권을 회복하는데는 실패했지만 여전히 국회는 장악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는 끝났다.
그러나 선거보다 더욱 치열한 국가간 경쟁은 우리의 선거기간 중에도 결코 그침이 없었고 국내적으로는 산적한 현안들이 당선자의 새로운 비전과 지도력을 다급하게 요청하고 있다.
치열했던 선거전과 감격적인 대통령 당선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눈을 씻고 고개를 들면 당장의 정치.경제 현안들이 첩첩이 진로를 가로막고 또다른 선택과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은 거듭나야 할 것이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다른 후보들에 투표한 국민들까지 모두 포용할 수 있는 현실감있는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특히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견해차나 성장이냐 복지냐는 선택의 문제에서는 명분보다는 현실에 걸맞는 정책을 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겨우 외환위기를 빠져나온 경제야말로 자칫하면 남미식의 궤도이탈을 우려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경제문제에 대한 해법과 가치관의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첨예해질 것도 분명하다.
갖가지 현안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돼 노동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기업들이 투자의욕마저 잃게 된다면 정말 모두가 두려워하는 사태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원칙을 분명히하고 철저한 시장경제 논리를 준수하는 것이야말로 비록 시간은 걸리지만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책이요 해법이라는 사실은 이미 지난 20세기의 역사가 웅변하는 그대로다.
그런 점에서도 당선자에게는 고달픈 도전의 여정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당선자에게 하느님의 가호가 있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