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대 대선은 지난 30여년간 우리 나라 정치를 주도해온 '3김시대'이후의 새로운 정치지도력을 세우기 위한 신구(新舊) 질서의 재편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대선 이후 정치권의 이합집산 등 대대적인 정계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선거에서 패한 당은 대선패배의 후유증으로 심각한 분열상을 노정,일부 의원의 이탈이 예상돼 정계개편의 진원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자연 한나라당과 민주당,자민련,국민통합21,하나로국민연합 등 제정파간의 연대움직임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 의미 21세기 들어 처음 실시되는 대선인데다 3김시대 이후의 국가지도자를 뽑는다는 점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형성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치권력 이동이나 인적인 물갈이 차원을 넘어 민주적 리더십 창출과 효율적인 국가시스템의 재정립을 통해 한국정치를 한차원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3김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림에 따라 '제왕적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독점적 권력 소유가 크게 완화돼 민주적 원칙에 따른 합리적 정책결정의 토대가 어느 정도 마련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이번 대선에서도 되풀이 된 지역주의와 세대간 대결,보혁구도,사회에 만연한 비효율과 부패를 청산하고 국민통합과 깨끗한 사회를 구현하는 것도 당선자가 시급하게 풀어야 할 당면 과제다. 일각에서는 일류국가 도약을 위한 총체적인 '국가개조론'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향후 정국 대선결과에 따라 정치권이 엄청난 격변의 회오리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우선 선거에서 패한 당은 개혁과 중도,보수파가 혼재돼 있는 당의 인적구성을 고려할 때 사분오열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관계자들은 "선거결과에 따라 정치권의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선거가 끝나면 각 당의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 정국주도권을 잡기 위해 의원영입에 나서는 등 정계개편의 드라이브를 걸 경우 파란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이 승리하면 민주당의 수도권과 강원,충청권 의원의 탈당 도미노가 재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몇몇 의원들은 벌써부터 "대선에서 질 경우 내후년 총선에 대비해야 되는 만큼 거취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사정은 정반대다. 한나라당 내 개혁성향 의원들 일부가 이탈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부 충청권 의원과 PK(부산 경남)지역 의원들의 동요가 일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 나오고 있다. 어느 당이 승리하든 의원 영입 등을 둘러싸고 대립양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선거 이후 정당 사이의 연대움직임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자민련과 하나로국민연합이 연대할 개연성이 있고 일각에서는 자민련과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국민연합 이한동 후보 등이 연대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