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의 '카렌스Ⅱ 경유차'의 시판이 내년 1월1일부터 일단 중단될 수밖에 없게 됐다. 고윤화 환경부 대기보전국장은 17일 "경유차 생산문제의 '키'를 쥐고 있는 정부 차회사 환경단체 '3자 공동위원회'가 카렌스Ⅱ 계속생산에 합의하더라도 관련법(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개정을 위한 입법예고 등 절차를 밟는데 50여일이 걸린다"면서 "현재로선 연내 3자 회동여부조차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내년초 시판 중단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특단의 정부차원 조치가 없는 한 연간 3만대, 시장규모 4천8백억원에 달하는 카렌스Ⅱ는 단종위기를 맞고 차업체뿐 아니라 소비자 피해도 불가피해졌다. 이번 일은 환경부등 정부 관료들이 정권말기에 '복지부동' 자세로 경유차문제 처리를 차일피일 미루며 시간을 끈 데서 비롯된 것이다. 지난 13일 경제부처 장관들은 간담회를 갖고 카렌스Ⅱ 생산연장에는 공감했으나 선거분위기 등을 의식한 나머지 공식결정을 미뤘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환경단체와 여론의 눈치만 살피다 '합의시한이 촉박해 시판중단이 불가피해졌다'며 발뺌하고 있다. 이는 관계부처 공무원들의 탁상행정과 면피주의로 일관한 나머지 기업과 소비자의 발목을 잡은 전형적인 케이스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 부처이기주의와 면피주의의 산물 =환경부는 지난 8월 세계최고 수준의 경유차환경규제를 담은 대기환경보전법을 내놓으면서 연말까지 카렌스Ⅱ 생산계속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공언해 놓고 지금까지 "녹색연합 등 34개 시민단체들을 설득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해 왔다. 환경부는 지난 13일 경제장관간담회에서 카렌스Ⅱ 문제가 논의됐지만 설사 생산연장을 결의하더라도 관련법 개정일정을 감안하면 당분간 생산중단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거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부가 대책없이 이 문제를 질질 끌어온 데는 산업자원부와 환경부 등 관련부처들이 경유차 규제문제에 대해 서로 주도권 다툼을 벌인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 치명적인 기업 피해 =기아차 관계자는 "카렌스Ⅱ가 한달동안 단종되면 판매중단으로만 4백50억원 가량의 피해가 난다"고 밝혔다. 재고부품 처리와 부품업체 타격 등을 감안하면 피해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번에 카렌스Ⅱ가 일단 생산중단될 경우 대선이후 신정부 출범과 개각 등 산적한 정부스케줄에 밀려 사실상 완전 단종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기아차측은 걱정하고 있다. ◆ 소비자 피해도 불가피 =소비자들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달초 이 차를 주문했다는 강남의 김모씨는 "단종되는 차를 살 수는 없지 않느냐"며 주문을 취소할 계획이다. 이처럼 설사 카렌스Ⅱ의 판매가 재개되더라도 '언제 다시 단종될지 모르는데 불안해서 못산다'는 식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이미 잃어 기아차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서울대 경영대학 주우진 교수는 "경유차 사용은 전세계적인 대세로 빨리 허용하는 것이 경쟁력 향상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며 "그러나 환경부는 어이없는 카렌스Ⅱ 단종으로 세계 추세에 역행하는 행정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 < 카렌스Ⅱ 관련일지 > 2002.8 - 경유차 환경규제 강화로 연말까지 한시 생산하되 단종여부는 정부 차회사 환경단체 '3자 공동위'에서 결정키로 합의. 2002.9 - 녹색연합 등 34개 환경단체:산업자원부와 갈등으로 공동위 탈퇴, 기능 정지. 2002.9~11 - 환경부:환경단체복귀 설득에 나섰으나 미온적인 활동으로 실패. 2002.12.13 - 경제부처 장관간담회: 생산기한 연장에 공감했지만 공식결정 유보. 2002.12.17 - 환경부:정부 공식결정 지연으로 연초부터 생산중단 불가피. 향후 전망 - 신정부 출범과 개각 등 정부일정에 비춰 카렌스Ⅱ 단종 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