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 앞에서의 정사 장면은 동양에 대한 맹목적 신비주의에서 나온 무지한 발상으로 보여진다."(김미현) "한국 촌을 묘사하는데 한국의 소가 아니고 베트남에서나 볼 수 있는 물소를 등장시켰다."(김명덕) "릭윤이 연기한 '자오'는 한국식 이름이 아니라 중국식 이름이다. 제작자가 한국(북한)을 소재로 하면서도 쏟아질 비판을 고려해 국적불명의 인물을 그려낸 흔적이 보인다."(최경희) 오는 31일 개봉하는 '007 어나더데이'가 남북한에 대한 어설픈 묘사로 네티즌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20번째로 제작된 007 영화인 '007 어나더데이'는 이 시리즈 사상 최대규모인 1억5천만달러(약 1천9백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대작이다. 하지만 시사회에 참석했던 네티즌들은 거친 세부 묘사와 동양에 대한 무지 탓에 영화의 재미가 반감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들은 비록 오락영화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고증을 거쳐 연출했어야 옳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화 속 일부 북한군들끼리 영어를 사용하는 장면이나 북한 군인들의 연기가 외국인처럼 느껴질 정도로 겉돌고 있다는 것. 또 제임스 본드와 본드 걸이 헬리콥터를 타고 도망칠 때 농부 두 명이 소를 끌고 가는 장면도 한국 농촌과는 거리가 있고 불상을 배경으로 한 러브 신도 어색하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이 영화의 수입과 배급을 맡은 20세기폭스 코리아측은 "농부가 등장하는 장면은 꼭 한국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불상을 배경으로 한 정사장면도 한국이라기보다는 아시아의 한 나라"라고 설명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