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이티드항공을 말할 때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유난히도 많이 따라 붙는다. 우편물을 실어 나르는 상업비행에 처음 나섰는가 하면 승객을 위한 스튜어디스제도와 기내식 제공,대륙횡단 직항편 취항,기내 위성 데이터통신 서비스 등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다. 유나이티드의 역사는 곧 민간항공의 역사이기도 한데,1926년 소형 쌍엽기로 출발한 이 회사는 34년 4개의 항공사가 합병하면서 오늘날 유나이티드항공(United Air Lines,Inc.)이 됐다. 지금은 28개국 1백17개 도시에 취항하면서 하루 평균 17만여명을 실어나르고 있다. 자산만도 2백44억달러이며 연간 매출액은 2백억달러에 육박한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93년 서울~시카고 직항편이 개설되면서 그 모습을 선보였다. 세계 제2위의 항공사로 군림해 온 유나이티드가 어제 파산보호(Chapter 11)를 신청했다는 소식이다. 이번 주 만기도래하는 9억2천만달러의 부채를 상환할 능력이 없어서라는 것이다. 이 회사는 최근 2년동안만도 40억달러에 이르는 적자에 시달려 왔는데 특히 지난해 9·11테러 이후에는 승객이 급감한데다 소형항공사들의 인터넷 할인판매 등으로 경영난이 더욱 가중됐다. 유나이티드항공의 파산보호신청은 대내외의 영업환경이 악화된 탓이기는 하지만 노조와의 대립이 회사의 운명을 재촉했다는게 중론이다. 이 회사에는 정비사 조종사 승무원 등 3개의 노조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정비사노조는 강성으로 유명하다. 이번 사태도 정비사노조가 임금감축안에 대한 협상을 거부하면서 위기가 증폭됐고,미(美)연방수송안전위원회가 연방대출보증을 거부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한때 1백달러까지 치솟았던 유나이티드의 주가는 1달러도 안되는 휴지조각이나 다름없이 돼 버렸다. 앞으로 회사가 갱생하기 위해서는 임금삭감과 정리해고,종업원지주제의 폐지가 불가피하다고 경제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기업현실을 도외시한 자기 이익 챙기기가 결국은 모두의 고통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유나이티드항공은 웅변으로 말해주는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