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경제를 살릴 수 있는 후보를 찍겠습니다." 지난 5일 충남 서산에서 만난 김동식씨(62)의 후보 선택기준은 농촌을 살릴 수 있는 후보인지의 여부다. 김씨가 이날 만사를 제쳐놓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연설에 참석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김씨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 얘기는 못들어봤다"며 "노 후보의 연설까지 들어본 뒤 최종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공무원인 이모씨(41)는 "서민경제를 살릴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이라면서도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충남 보령의 대천역 광장 맞은편에서 과일가게를 하는 40대 아주머니는 지지후보를 묻는 질문에 "누가 속마음을 말해준데유"라며 눈을 흘겼다. 대전 유성호텔 근처에서 오뎅과 떡볶이를 팔고 있던 포장마차주인 오모씨는 "봐야지유"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유난히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충청인들이다. '안개표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런 가운데서도 대선이 임박하면서 지지후보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유권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을 후보'라는 점과 부정부패를 척결할 후보라는 점을 꼽고 있다. 보령 소재의 한 중학교 교사인 유창근씨(56)는 이 후보 지지의사는 유보했지만 "터무니없는 거짓말은 안할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유성구 봉명동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기사 김인기씨(44)는 "현 정부가 북한에 얼마나 갖다줬는지 캐려면 이 후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김부월씨(54.여)는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서 "깔끔해서 믿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식솔들이 너무 많아 다 먹여 살리려면 비리를 저지를 수밖에 없을 것"(대전 택시기사.50)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그의 '서민풍 이미지'와 특유의 뚝심에 높은 점수를 줬다. 대전에 사는 회사원 고강래씨(32)는 "노 후보는 호남이 기반인 민주당 소속이면서도 부산에서 계속 출마해와 고배를 마셨다"면서 "노후보는 국민통합에 대한 소신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대전 유성호텔 옆에서 2평짜리 가게를 운영하는 한 아주머니(54)는 "노 후보가 가난한 서민들의 사정을 잘 알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치과기공사인 송주현씨(24)는 노 후보에 대해서 "대통령이 되더라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면서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TV합동토론 이후 '반짝특수'를 누리고 있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았다. 송주현씨는 "권 후보는 서민적인 사람"이라면서 그를 마음에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30대 회사원 유종석씨는 "처음에는 권 후보를 찍으려고 했는데 영화배우 문성근씨의 TV찬조연설을 보고 노 후보로 마음을 바꿨다"고 노.권 후보 사이에서 고민했음을 실토했다. 충청권에선 자민련과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도 무시못할 변수가 되고 있는 분위기다. 대전=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