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재수 끝에 지난달 직장에 첫발을 내디딘 K씨(28). 첫 월급을 손에 쥐고 나니 돈 쓸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우선 첫 월급이니 부모님 속내의부터 사드려야 겠고, 아직도 취직 못한 친구들 술도 사야하고, 여자 친구한테는 그럴듯한 선물도 하나 해야겠는데... 이것저것 따지고 나니 본봉의 70%를 받은 첫 월급 80만원으론 턱도 없다. 이러다가 저축은 언제하나 생각하니 머리만 아프다.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비단 K씨만은 아닐 것이다. 사회에 나선 새내기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처지다. 그러다 보니 대개 신입사원들은 일단 쓰고 보고 저축은 남은 돈으로 하자는 안이한 생각을 하기 쉽다. 더구나 갑자기 커진 수입과 신용카드 한도 등에 들떠 무절제하게 돈을 쓰다 보면 카드대금을 연체하기 십상이다. 신용불량자의 절반이 20,30대 젊은이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재테크에 있어 이때가 매우 중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루라도 빨리 재테크 계획을 철저히 세워 결혼과 주택마련 등을 준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크게 후회한다는 것. 서춘수 조흥은행 재테크 팀장은 "신입사원때의 재테크가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결정한다"며 "재테크 입문기라고 할 수 있는 이때 좋은 습관을 들여야 풍요로운 내일을 약속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재테크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신입사원의 재테크 5계명'을 소개한다. (1) 연봉의 50%는 저축하라 회사 생활에서의 미래라는 게 언제나 불확실한 만큼 최소한 연봉의 40~50%는 무조건 저축해야 한다. 자기 연봉이 2천5백만원이라면 1년에 적어도 1천2백만원 이상은 저축해야 한다는 것. 저축도 습관인 만큼 첫 월급부터 눈 딱감고 절반을 떼어내 저축을 시작하라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수습기간이 끝나고 월급을 제대로 받기 시작할 때부터 저축을 시작하겠다든가, 1년간은 풍족히 쓰다가 그 이후부터 저축을 하겠다는 식의 생각을 해선 위험하다. 돈 쓰는 것도 버릇이 되기 때문에 사회 초년시절부터 씀씀이를 늘렸다가는 나중에 줄이기 어렵다. 주변으로부터 '짠돌이'란 소리를 듣더라도 '연봉 50% 저축'이란 철칙은 첫 월급부터 적용해 밀고 나가는게 중요하다. (2) 종잣돈을 마련하라 앞으로 3년내 5천만원 또는 5년내 1억원 등 목돈 마련 계획을 세워야 한다. 단기적으로라도 목표가 있어야 실행이 쉽다. 이렇게 목돈을 만들어 놓아야 나중에 결혼자금으로 쓰거나 내집을 마련하려 할때 종잣 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목돈이 생기면 각종 투자에도 나설 수 있다. 목돈을 마련하려면 월급의 일정액씩을 매달 부을 수 있는 비과세 근로자우대저축이나 주택청약부금 등에 가입하는게 최선이다. 이들 상품은 비과세 혜택이 있는 데다 나중에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우선 순위가 주어지기도 한다. 종잣 돈 마련은 돈 모으는 재미를 붙게 해줄 뿐더러 나중에 다양한 용도로 긴요하게 쓰인다는 점을 잊지 말자. (3) 주거래 금융기관을 정하라 저축 통장이 여러 은행이나 금융기관에 흩어져 있으면 관리 자체가 불편하다. 매달 쓸 수 있는 돈을 파악하기도 힘들고 카드대금이나 통신요금 등의 결제일자가 맞물리는 경우 자칫 실수로 연체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일단 주거래은행 한곳을 정하고 해당 은행 인터넷뱅킹에 가입한 뒤 자동이체 등을 이용하는게 좋다. 주거래 은행은 급여가 이체되는 은행으로 정하는게 여러모로 바람직하다. 급여가 이체되는 은행에선 예금금리 우대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거래은행과 신용카드 등을 한 곳으로 집중해 단골고객이 되면 신용대출이나 담보대출을 유리하게 받을 수 있고 거래 수수료 등도 감면 받을 수 있다. 거래 포인트도 쌓이면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 (4) 보험도 가입해 둬라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보장성보험에 가입할 필요도 있다. 20대의 교통사고가 전체 사망원인의 40%를 넘는 만큼 상해보험에 가입하거나 이같은 보험혜택이 포함돼 있는 예금상품에 가입하는게 좋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은 종신보험 가입도 고려해볼 만하다. 종신보험은 특약설계가 중요하므로 먼저 가입한 사람들의 경험을 잘 들어본 뒤 자신의 입맛에 맞게 짜야 한다. 보험가입액은 월수입의 5% 정도가 적당하다. (5) 현명한 투자습관을 길러라 초보시절부터 좋은 투자습관을 기르는게 중요하다. 특히 주식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자신만의 투자 원칙과 스타일을 갖는게 필요하다. 건전한 주식투자는 경제흐름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고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재테크 방법을 체득할 수도 있다. 주식투자에 많은 시간을 쓸 수 없는 신입사원들은 미국의 연기금이 활용하는 '정액균등투자'를 추천할 만하다. 정액균등투자란 매월 급여일에 일정 금액을 주가에 관계없이 적금처럼 투자하는 것.가격 변동이 큰 종목보다는 우량종목을 몇 개 선별한 다음 경제전망과 주가예측 챠트 등을 무시하고 매월 계속 매입하는 것이다. 이 전략은 결국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어서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다. 우량기업이라면 부도의 위험이 적고 상승과 하락의 사이클이 주기적으로 오기 마련인 만큼 여유있게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