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시행되는 세법시행령 개정안을 보면 긍정적인 대목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고가주택이나 투기지역 부동산에 국한되긴 했지만,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은 원론적으로 당연한 얘기다. 상속받은 주택 또는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내 신축주택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또는 감면을 폐지한 것이나, 장부를 기록하지 않는 영세사업자들에 대한 과세를 강화한 것도 세원을 확충한다는 원칙에 부합된다고 본다. 그러나 아무리 원칙적으로는 맞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부작용이 발생할 소지가 많다면 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양도세를 부과하는 문제만 해도 그렇다. 실거래가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주택 장기보유자의 경우 파는 값은 현재 시가를 적용하는데 비해 매입가격은 훨씬 전 가격이라서 양도차익이 과대계상될 가능성이 높다. 소득세법 164조 6항 또는 176조의 2 규정에 따라 취득 당시의 기준시가를 추산할 수 있는데다, 특별공제율을 상향조정함으로써 장기보유자가 받게 되는 불이익을 최소화했다고 세무당국은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정도의 조치만으로 별다른 부작용이 없을지 의문이다. 세무당국의 자의적인 행정으로 인한 부작용 양산을 걱정하게 하는 대목은 또 있다. 투기지역 지정을 최종적으로 '부동산가격안정 심의위원회'에 일임한 것이나, 양도세 탄력세율 적용시기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때'로 애매하게 규정한 것이 단적인 예다. 일단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세금부담이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무거워지고 이에 따라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커질게 분명한데, 이같이 민감한 사안을 행정당국에 일임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설사 '탄력적인 대응'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해도 최소한 시행요건은 명시하는 게 옳다. 부동산투기 단속도 좋지만 이에 못지않게 정책의 투명성과 신뢰성도 중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