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대선도 여지없이 초반부터 비방.폭로전으로얼룩졌다. 그러나 이런 폭로.비방전이 대선 후보들의 지지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선 분석이 엇갈린다. 각 후보진영 내부에서도 비방전에 따른 득실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유권자들의의식수준이 과거와 달라진 만큼 구태정치의 대표적 산물인 비방.폭로전이 결코 유리하게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의 대표적인 폭로전은 우선 `국정원 도청의혹'을 들 수 있다. 한나라당은지난달 28일과 지난 1일 두차례 이른바 `국정원 도청자료'를 공개하고 공세 소재로활용했다. 이회창(李會昌) 후보는 유세현장에서 국정원 도청의혹을 거론하면서 청와대와민주당을 공격하고 있고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있을 수 있는일"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경남 김해시 진영읍 대지매입 과정, 경남 거제시 일운면 땅의 건축허가 특혜의혹, 동아건설 보물선 사업관련주가조작 묵인의혹 등도 제기하며 노 후보를 공격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국정원 도청의혹의 경우 한나라당이 미국의 한 선거전략전문회사와 계약을 맺고 이 회사 대표 등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다"며 "약세 후보측의 흑색선전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있다. 민주당은 또 얼마전 작고한 이 후보 부친의 재산문제와 이 후보의 화성.보령 땅투기의혹, 이 후보측에 대한 세경진흥의 22억원 제공설, 기양건설의 10억원 제공설등을 거론하면서 폭로.비방전에 맞불을 놓았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이같은 폭로 내용은 과거 제기됐던 사안들을 재탕.삼탕한 것이 대부분이어서 `선도'가 떨어질 뿐더러, 폭로 효과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각 후보 진영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한 당직자는 "도청의혹을 포함한 공세가 후보들간 지지율 변화에는 큰역할을 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도청자료 3차 폭로 가능성을 흘리면서도 섣불리 실행하지 않는 것도 이같은 점을 의식해서다. 다만 급상승 기류를 타던 민주당 노 후보와 국민통합 21 정몽준(鄭夢準) 대표간후보단일화 정국을 차단한 것이 성과라는 것이 한나라당의 자체 평가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도청의혹 공세가 지지율 변화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한나라당의 의혹제기 내용보다 `한나라당 = 공작정치 원형'으로 `낡은 정치 타파'라는 자신들의 주장이 더 유권자들에게 먹히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기자 choinal@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