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CTO 백우현 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디지털TV 전문가다. 그는 일찍이 "디지털TV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LG가 디지털TV 기술에서 세계 일류로 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백우현 사장하면 곧 디지털 TV'를 떠올리게 한다. 그가 디지털TV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98년 LG전자에 합류하기 전 미국에서 20여년 동안 디지털TV를 연구했다. 퀄컴,제너럴인스트루먼트 등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줄곧 디지털TV분야를 파고들었다. 그는 TV 방송 관련기술인 '비디오 사이퍼와 디지털 사이퍼'를 미국에서의 연구 성과로 꼽는다. 비디오 사이퍼란 케이블TV 방송국에서 인공위성을 통해 전파를 쏘아보낼 때 유료 이용자만이 이를 수신할 수 있도록 하는 암호화 기술이다. 디지털 사이퍼란 같은 기법을 디지털TV에 적용한 것이다. 그는 이들 기술로 디지털TV의 상용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 96년 미국 텔레비전 기술과학 아카데미의 에미상,99년에는 미국 위성방송통신협회의 클라크상을 받았다. 백 사장은 디지털TV 관련 기술을 개발해낼 수 있는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서울대 전기공학과(67학번)를 거쳐 대학원에서 전기전자 제어시스템을 공부한 다음 미국 MIT에서 통신공학 박사 학위를 땄다. 그가 개발한 디지털TV 암호화 기법도 통신기술에 뿌리를 두고 있다. 통신공학 박사로서 자연스럽게 디지털TV 전문가로 변신하게 된 것이다. "고교 시절 부품을 사서 직접 라디오를 조립하고 아마추어 무선통신(HAM)에 몰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좋아하는 분야를 학업으로 연결지은 결과 시너지가 생긴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한국과 미국 연구원간 차이에 대해 그는 "미국 업체들은 프로젝트 관리나 프리젠테이션 기법에서 앞서 있지만 연구원들의 열의는 한국이 오히려 한 수 위"라고 평가했다. "한 해에 10명 이내의 우수 연구원들을 선발,학비와 연봉을 전액 지급하면서 4∼5년 동안 공부를 하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미국대학의 테크노 MBA 과정(1년제)에도 여러 사람을 보내고 있지요." 그는 CTO 주도로 연구원들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백 사장은 "기술에 대해 아는 것은 기본이고 사업 가능성을 정확히 예측하는 능력도 필요하다"며 "유망 기술을 발굴하는 것은 물론 전망이 불투명한 사업을 빨리 정리할 수 있는 판단력과 결단력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조정애 기자 j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