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IT(정보기술) 하드웨어(장비 및 단말기) 시장은 아직 거품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상황은 약간 다르다. 일부업종은 분명 살아나고 있다. 휴대폰과 이동전화 단말기,휴대폰부품,디지털영상보안장치(DVR),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 등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반면 유.무선통신장비 및 셋톱박스 PC 등은 내년까지도 시장상황이 불투명하다. 전반적인 IT경기 부진에도 불구,일부 업종에서 고속 성장세를 나타낸 것은 "국내 IT기업의 차별화된 경쟁력 때문"이라고 LG투자증권 노근창 애널리스트는 지적했다. 휴대폰은 내년에도 호황이 예상되고 있다. 국내 기업이 세계적인 기술 경쟁력을 갖춘 데다 거대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내년 5% 성장이 전망되는 전세계 휴대폰시장에서 삼성전자는 35∼40%,LG전자는 29% 이상 성장할 것"(대우증권 김운호 연구위원)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기술 및 가격경쟁력을 함께 갖춘 유일전자 KH바텍 알에프텍 인탑스 서울반도체 등 휴대폰 부품업체의 높은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DVR도 국내 업체가 전세계 '틈새 시장'을 개척하는데 성공한 케이스다. 지난해 '9·11 테러'사태를 계기로 시장이 커지고 있는 DVR는 아이디스 코디콤 성진씨앤씨 등 국내 업체가 초기 시장의 상당 부분을 선점한 상태다. 미국 캐나다 등 해외 수출이 80%에 달하는 아이디스는 올 3분기까지의 매출이 작년 동기의 2배 반에 달했다. 디스플레이(표시장치)는 TFT-LCD 중심의 성장이 점쳐지고 있다. 동원증권 김승대 애널리스트는 "TFT-LCD가 CRT 등 기존 표시장치 시장을 빠르게 대체하면서 내년 전세계 시장 규모가 3백30억달러선으로 올해보다 35%이상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초과→TFT-LCD 패널가격(15인치)이 내년초 1백50달러선 하락→대만업체 신규투자 감소→시장안정의 과정을 거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TFT-LCD에 들어가는 광원램프는 당분간 공급부족이 예상됨에 따라 생산업체인 금호전기 우리조명 등이 반사이익을 얻을 전망이다. 이에 반해 유·무선통신 장비는 내년에도 침체 국면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KTF 등 이동전화 사업자의 2.5세대 서비스 투자가 마무리된 데다 당초 올해 추진키로 했던 3세대 서비스(IMT-2000) 투자가 무기한 연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메트로이더넷(신규 데이터통신)이라는 틈새 시장을 공략한 다산네트웍스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올 3분기 현재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잘나가던 셋톱박스는 올해 전세계 위성방송사업자의 경영난에 이은 구조조정 바람으로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그나마 대형 방송사업자와 고정 계약이 맺어진 휴맥스는 현상 유지는 가능할 전망이다.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내년 하반기께 시장이 되살아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