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최근 수차례 진통끝에 700선을 되찾았다. 주변 환경을 고려할 때 어느정도 조정이 예상되는 시점이었지만 강한 투자심리는 쉽사리 흔들리지 않았다. 경기 급랭 가능성에 대한 지나친 불안이 해소되면서 주가 제자리 찾기가 나타나는 양상이다. 매물대 진입 부담 등을 감안할 때 주가의 급상승을 바라기는 힘들다. 그러나 박스권이 상향 조정되고 풍부한 대기매수세로 조정이 클 가능성은 높지 않다. 비중조절보다는 실적대비 저평가 종목으로 교체매매를 권하는 목소리가 많다. ◆ 투자심리 ‘봄바람’ = 지난 9월 중순이후 급격히 하향 이탈했던 700선을 회복하면서 시장 심리는 훈풍을 타고 있다. 일부에서 증시가 대세상승에 접어들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또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점진적 상승을 점치는 쪽이 세를 불리는 모습이다. 아직 경기회복 시점에 대한 확신은 없다. 다만 디플레 우려 등 경기급랭 가능성은 이제 한풀 꺾이는 양상이다. 최근 2~3년간 투자동결로 IT업체의 재고수준이 워낙 낮아 조만간 투자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또 전세계적 초저금리 기조도 기업 투자와 주가의 유동성 보강을 이끌어낼 주요한 요인이다. 향후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새로운 요인이 별로 없다는 점, 나스닥지수가 주요저항선을 돌파한 것, 그리고 외국인의 추가매수 가능성 등이 추가상승을 지원하는 긍정적 측면이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미국과 한국 증시의 상승이 베어마켓랠리(약세장에서의 일시적 강세) 차원을 벗어나 경기측면이 고려된 본격상승이라고 주장했다. 이의 근거로 △ 미국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고 △ 세계 유동성이 미국 금리인하를 계기로 증가하고 있으며 △ 미국 대통령 임기사이클 등이 제시됐다. 임송학 팀장은 “내년 미국시장이 4년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로 접어들며 향후 최소 2년간 랠리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우리시장도 94년 고점을 벗겨 1,000포인트 이상에 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미국 경기의 연착륙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주가와 투자의 선순환으로 미뤄놨던 IT교체수요의 폭발적 증가 가능성을 고려한 것. 임 팀장은 “최근 기업실적 악화가 한가지 걸림돌이지만 바닥근처에서 나오는 현상으로 판단한다”며 “이라크 전쟁 변수도 큰 악재가 되기 힘들고 잠깐 동안의 조정으로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래에셋 이종우 운용전략실장은 “지금까지 경제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며 "그간 주가가 급락하면서 공포심이 증폭된 양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경제가 디플레로 진입할 것으로 보이지 않고 내년초부터 어려움에서 벗어날 것”이라며 “기업투자가 순차적으로 늘어나며 IT주 상승세를 뒷받침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700선 주변 정체 가능 = 주가가 전저점대비 단기적으로 20% 이상 올랐다는 점에서 조정이 오더라도 자연스러운 그림이다. 미국시장이 단기 급등한 상황에서 주후반 추수감사절 휴장을 앞두고 있다는 정황은 이러한 그림의 배경이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700선 위쪽에서 주춤하고 있고 기관도 프로그램 매수를 제외할 경우 매도에 치우친 모습이다. 프로그램 매수세도 7,000억원대에 육박하고 있어 한번 털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당장은 펀더멘털과 수급모멘텀의 강화가 어렵다. 미국 기술주 강세가 숏커버링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지수선물 베이시스에 따른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음을 감안해 추격매수는 자제할 것을 권하는 목소리가 높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책임연구원은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가 올들어 평균치인 5,000억원 이상으로 올라가 더 들어오기는 힘들다”며 “이에 따라 주중반 이후 수급악화를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하이닉스를 제외한 실질 거래량이 3억 5,000만주에 불과하다”며 “거래량이 4억~5억주에 달하지 못할 경우 되밀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소비위축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내수관련주보다는 수출주 위주의 차별적 대응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아직은 제한된 유동성에 의한 상승이기에 실적이 받쳐주지 않는 종목은 오히려 하락하거나 소외되는 양상도 뚜렷하다. 삼성증권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주가가 700선을 넘지 못하고 밀리면 680선 정도를 지지선으로 볼 수 있다”며 “신규매수보다는 4/4분기 실적 호전이 예상되고 덜오른 종목으로 교체매매가 유리하다”고 권했다. SK증권 현정환 연구원은 “미국시장의 관망분위기와 외국인 매수세 둔화 등으로 이번주는 낙관적으로 봐도 700선 안착이 최상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며 “지수가 정체되면 덜오른 종목으로 순환매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