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베르사유의 태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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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불과 3∼4년 전만 해도 오늘의 삼성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주말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린 삼성전자 글로벌 로드쇼에 참석한 세루주 아미야르 다티 회장의 첫말이다.
전국에 2백여개 매장을 갖고 있는 프랑스 최대 전자제품 전문 유통업체 회장인 그는 "삼성은 신뢰할 수 있는 최고의 월드와이드 파트너"라고 격찬했다.
그의 말처럼 삼성이 프랑스 휴대폰시장을 노크하던 지난 98년만 해도 브랜드 인지도는 거의 전무했다.
동남아 저가업체로 오해받고 모욕에 가까운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프랑스텔레콤과 민간통신업체 SFR 등은 삼성의 구매요청에 시큰둥한 반응만을 보였다.
프랑스텔레콤이 그 당시 삼성측에 기술설명회를 갖도록 기회를 준 것도 '더 이상 구매요청으로 괴롭히지 말라'는 뜻이 강했다.
그러나 프랑스텔레콤은 설명회 직후 삼성전자와 공식공급자 계약을 맺었고,삼성휴대폰은 99년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랐다.
이어 SFR와 부이그도 삼성전자를 찾아와 공식공급자가 돼 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 삼성 휴대폰의 유럽시장 점유율은 3위.
그것도 최고급품 시장을 점령,노키아나 에릭슨보다 오히려 비싼 3백50유로 수준에서 판매되고 있다.
얼마 전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는 2개면에 걸친 삼성 기획기사를 통해 "프랑스인들은 한국이 어디 있는지는 모르지만 삼성 브랜드는 안다"며 "소니를 위협하는 삼성은 한국기업"이라고 소개했다.
이같은 여세를 몰아 삼성은 지난 주말 베르사유궁을 통째로 빌려 화려한 로드쇼를 가졌다.
국빈만찬 같은 특별 외교행사를 제외하고는 대관을 거의 허용하지 않던 베르사유측이 삼성을 위해 문을 열어 주었다.
만찬장 입구에는 루이 14세 시대의 복장을 한 박물관 직원들이 횃불을 들고 초대객들을 일일이 환영했다.
이날 밤 베르사유궁 광장에 휘날렸던 태극기는 20여년 전 외국공항에서 처음 대했던 우리기업 현지광고보다 더욱 진한 감동을 느끼게 했다.
좋은 기업은 국가 이미지도 높여준다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만찬이었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