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한 개혁파 교수에 대한 사형선고로 촉발된 학생 시위사태가 보수파 민병대의 반격으로 전환점을 맞고 있다. `바시즈'로 불리는 보수파 민병대원 1만여명은 24일 테헤란 주재 옛 미국 대사관 주변 도로를 점거한 채 개혁파와 미국을 비난하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원들은 대부분 유니폼을 입고 무장을 한 채 거리를 활보했으며, 검은 차도르를 두른 여성 2천여명도 가담했다. 민병대는 바시즈 주간을 맞아 앞으로 1주일 동안 크고 작은 시위를 벌일 것으로예상된다. 강경파 실력자인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은 이날 바시즈 민병대를 향해 "사탄의 기병에 맞서 경계태세를 갖추라"고 주문했다. 라프산자니의 이같은 발언은 민병대가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도록 자극하는 동시에 개혁파 추종 학생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라프산자니는 "사탄은 현재의 상황을 악용하기 위해 기병과 보병을 동원하고 있다. 바시즈에 대항하는 구호를 외치는 자들은 국가 안보를 해치는 세력이다. 바시즈가 없다면 불안이 나병처럼 국가를 좀 먹을 것이다"고 말했다. 보수파가 반격에 나선 가운데 개혁파 학생들은 이날 예정된 시위를 벌이지 못했다. 학생들은 아미르 카비르 과학기술대학 등지에서 시위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당국의 불허 방침에 따라 취소했다. 한 학생 지도자는 모든 종류의 학생 시위가 당국에 의해 원천 봉쇄됐다고 전했다. 이슬람 이란 참여전선(IIPF)의 개혁파 지도자 사아이드 하자리안은 "강경파의격렬한 반발을 감안해 학생들이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집회를 조직하되 거리로 몰려나오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같은 당 당수이자 모하메드 하타미 대통령의 동생인 모하메드 레자 하타미는 보수 강경파 세력이 하타미 대통령의 개혁을 계속 위협한다면 정부에서 탈퇴하겠다고 이날 경고했다. 레자 하타미는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면 조금도주저하지 않고 현 체제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테헤란 AP.AFP=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