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코스닥 황제기업'으로 불렸던 새롬기술의 경영권 분쟁이 창업주인 오상수 사장의 퇴진으로 일단락된 모양이다. 그러나 벤처신화의 주역이었던 오 사장이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구속될 위기에 처한 것은 확실히 충격적이다. 그동안 숱한 '게이트'가 터져도 벤처투자자를 가장한 사채꾼들의 농간 탓이려니 했는데,경영능력이 부족한데다 도덕성까지 타락한 일부 사이비 벤처기업인들이 우리경제의 내일을 짊어지겠다고 호언장담하며 선량한 투자자들을 우롱했으니 생각할수록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 사장의 위법혐의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유상증자를 앞두고 1999년도 재무제표 작성 당시 매출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1백억원의 적자를 10억원의 흑자로 분식회계 했다는 의혹과,자회사 다이얼패드의 지분을 48.2%가 아닌 56%로 기재했다는 허위공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다이얼패드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직전 가족명의로 보유중이던 주식 24만여주를 매각해 내부정보를 이용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중이다. 역외펀드 투자에 따른 거액 손실에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확한 진상은 사직당국의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만약 사실일 경우 엄중히 처벌해 일벌백계해야 마땅하다. 회사 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으니 경영실적도 나쁠 수밖에 없다.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은 다이얼패드 사업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매년 적자가 쌓이는 바람에 3천7백여억원의 보유자금중 절반 이상이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주당 30만원을 넘던 주가가 5천원 정도로 떨어진 것도 따지고 보면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새롬벤처투자의 홍기태 사장이 경영을 맡으면 조만간 적자사업인 다이얼패드를 정리하는 등 대대적인 사업구조 개편과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하지만 새롬기술의 회생여부는 아직 낙관할 수 없으며, 앞으로 시장신뢰를 얼마나 회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때마침 정부는 침체에 빠진 벤처기업을 돕기 위해 벤처기업활성화위원회를 열고 새로운 벤처인증제도를 강구하는 한편,5백억원 규모의 '프리코스닥 유동화 펀드'와 벤처기업의 해외진출을 돕기 위한 1억달러 규모의 '글로벌스타 펀드'를 조성하는 내용의 '벤처기업 재도약 방안'을 확정했다. 그러나 벤처기업 활성화에는 무엇보다 시장신뢰 회복이 관건이며 정부지원은 나중 문제라고 본다. 그러자면 원천기술 개발,콘텐츠 유료화 등 수익모델 창출,그리고 이를 통한 수익성 개선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