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잠수복과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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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작 '뇌'엔 평범한 회사원 마르탱이 자동차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뒤 눈꺼풀의 움직임만으로 인터넷을 뒤져 놀라운 과학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이 나온다.
베르베르는 이 아이디어를 실화(實話)에서 가져왔다고 밝혔는데 실화의 주인공은 잡지 '엘'의 편집장이던 장 도미니크 보비다.
보비는 97년 갑작스런 병으로 전신이 마비된 다음 15개월동안 병상에서 왼쪽 눈꺼풀만 깜박거려 '잠수복과 나비'라는 책을 완성한 뒤 자신을 가뒀던 잠수복에서 벗어나 나비처럼 날아갔는데 이때 사용한 게 누군가 알파벳을 보여주면 눈을 떴다 감았다 함으로써 원하는 글자를 선택해 단어와 문장을 만드는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2000년 5월 뉴욕타임스엔 중1 때 교통사고를 당해 사지를 전혀 움직일 수 없는 브루크 엘리슨(당시 21세)이 입 천장에 부착시킨 장치를 혀로 눌러 휠체어를 조종하고 음성인식 컴퓨터로 인터넷 자료를 뒤지면서 공부해 하버드대 심리학과를 평점 A의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다는 기사가 실렸다.
세계 각국에서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전신이 마비된 환자들이 조금이나마 스스로 움직이고 외부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미국 애틀랜타에 있는 에모리대 연구팀은 뇌에 전극을 이식,컴퓨터스크린에 간단한 메시지를 쓸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고,타빈젠대학에선 전극 이식 없이도 '뇌'의 마르탱이 했던 것과 비슷하게 스크린속 글자를 선택, 조합하는 방식을 찾았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대전대 김응수 교수팀이 뇌파와 안면근육으로 제어 가능한 기기를 개발했다는 소식이다.
안면근 신호를 통해 작동하도록 고안한 장치로 이를 이용하면 목 이하가 마비돼 혼자선 꼼짝 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이 혼자 전동휠체어를 이동시킬 수 있다는 보도다.
눈동자는 무심코 깜박일 수 있지만 안면근 신호는 의지가 있어야 발생하는 만큼 훨씬 정확하다고도 한다.
모쪼록 이번 개발이 전신마비 환자들을 잠수복에서 다소라도 벗어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