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4강 신화의 명예를 지켰다.' 지난 6월 한반도를 붉은 물결로 넘실대게 했던 태극전사들이 4개월여만인 20일다시 모인 서울월드컵경기장은 가랑비가 내리고 쌀쌀한 초겨울 날씨가 감싸고 있었지만 열기만은 그날 못지 않았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잇따라 격파하고 월드컵 4강에 올랐지만 홈그라운드의 이점과 운 덕택이었다는 세계 강호들의 비아냥거림이 있었던 것이 사실. 하지만 한국은 이날의 선전을 통해 이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비록 경기 종료직전 페널티킥을 허용해 2-3의 패배를 당했지만 태극전사들은 세계 최강 브라질의 기세에 결코 눌리지 않고 자신감과 투지로 맞섰고 월드컵 때와 뒤지지 않는 조직력을 보여줬다. 월드컵을 통해 `이제 어느팀과 맞서도 두렵지 않다'는 자신감을 얻은 한국대표팀은 트레이드마크인 강력한 압박축구로 미드필드를 장악하며 주도권을 뺏기지 않았고 이같은 자신감은 바로 세트플레이에 이은 설기현의 전반 7분 선취골로 이어졌다. 월드컵 이후 제각기 소속팀으로 흩어진 뒤 이틀만에 손발을 맞추고서도 한국은이천수-안정환-설기현으로 이어지는 정교한 세트플레이를 보여줬다. 개인기에서는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브라질의 반격으로 동점을 허용했지만 한국은 한골을 잃으면 두골을 넣겠다는 공격지향적인 축구로 선보이며 재반격을 시도했다. 후반 13분 두번째골로 이어진 유상철의 날카로운 크로스도 쉴새없이 뛰며 득점기회를 만드는 한국축구의 전형이었다. 김남일은 미드필드에서 상대의 볼을 차단, 유상철에게 연결했고 유상철은 전방에서 쉴새없이 움직이던 설기현과 안정환을 겨냥, 두번째골을 만들어 낸 것. 다만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수비수의 연결이 자주 끊겨 위기를 자초했고 상대진영에서 한번에 넘어오는 날카로운 패스를 차단하기에는 한국 수비수들의 스피드가떨어졌다는 것. 이는 이날 은퇴경기를 치른 홍명보와 최진철 등 수비라인의 노쇠화가 뚜렷해졌다는 것이 반증된 셈이다. 이제 한국축구는 세계최강 브라질도 언젠가는 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취약한 포지션의 보강을 통해 한걸음 더 전진해야 하는 전환점을 맞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