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감독당국이 연대보증 한도를 대폭 축소토록 한 것은 한국사회 특유의 '인정'과 '의리'를 이용한 차입자와 금융회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 연대보증의 남용에 따른 신용사고 위험 등 신용관리의 '사각(死角)지대'를 최대한 없애겠다는 생각도 깔려 있다. 쉽사리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계대출 억제방침과도 궤를 같이 한다. 사실 주요선진국들 가운데 은행 대출에서 제3자인 자연인의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기회에 전면적인 보증제도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99년 감독당국이 연대보증 제한 조치를 처음 시행하면서 은행권 가계대출의 연대보증 규모가 많이 줄긴 했다. 99년 9월말 18조7천억원(가계대출의 29.6%)에 달했던 연대보증부 가계대출이 올해 9월말에는 13조5천억원(〃 6.4%)으로 축소됐다. 그러나 부작용은 여전하다는게 감독당국의 인식이다. 연대보증이란 이름아래 대출자가 아닌 보증인이 빚을 대신 갚아야 하는 상황이 빚어지면서 금융거래의 기본인 '자기책임의 원칙'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것. 은행들도 보증인만 세우면 신용이 부족한 사람에게도 돈을 쉽게 빌려줘 신용 사고 빈발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 은행별 보증제도 현황 감독당국에 따르면 이미 시행중인 △1인당 연대보증금액 제한(하나 농협 수협 2천만원,나머지 은행 1천만원) △보증인의 연대보증 책임한도를 채무자의 신용한도를 넘어서는 부분으로만 한정하는 부분연대보증제도 △개인별 보증총액한도제(3천만∼2억원) 등은 대체로 지켜지고 있다. 그러나 1인당 연대보증금액 제한에도 불구하고 조흥 외환 농협 등 3곳을 제외한 모든 은행이 개별 여신 건별로만 이 제한조항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 사람이 1천만원이나 2천만원씩, 여러 건의 동일인 대출에 연속 연대보증을 하는 '분할여신'이 이뤄지고 있다. 과도한 보증총액한도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통상적인 개인 신용여신 한도가 5천만원인데 비해 상당수 은행들이 보증총액 한도를 1억원이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더욱이 몇몇 은행은 신규 보증이 가능한 금액을 산정할 때 보증인 자신의 신용차입 내역을 감안하지 않고 있어 신용사고 위험이 그만큼 크다는 지적이다. ◆ 어떻게 바뀌나 감독당국은 1인당 연대보증금액 한도를 여신 건별로가 아니라 조흥 등 3개 은행이 하는 것처럼 채무자별로 묶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보증인이 한 채무자에 대해 여러 개 계좌(대출)에 분할 보증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연대보증 규모가 그만큼 줄게 된다. 개인의 전체 보증한도가 최고 2억원까지로 돼있는 것도 과도하다는게 감독당국의 판단이다. 보증채무는 부실화 가능성이 낮은 '우발채무'여서 한도를 높게 책정했다는게 일부 은행들의 주장이지만, 5천만원 이상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 기업대출은 예외 적용 감독당국은 가계대출이 아닌 기업대출에 대해서는 기존의 연대보증제도를 그대로 유지, 이번 보완조치로 인해 중소기업 대출이 위축되는 일은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기업대출의 경우엔 실질 소유주가 연대보증을 통해 책임을 공유토록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