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 3월부터 시에서 직접 운영하던 안전진단 평가단을 구청별로 자체적으로 운영하도록 위임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재건축 승인을 종전처럼 구청이 전담하게 되는 셈이어서 한동안 주춤했던 재건축 붐이 다시 일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된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재건축 허용을 요구하는 민원이 쇄도할 게 분명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안전진단 업무를 기초단체에서 광역지자체로 넘기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이번달에 국회에서 통과돼 서울시가 안전진단 업무를 일선 구청에 이관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데도 왜 이런 조치를 취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서울시는 "시 안전진단 평가단을 운영한 결과,부실한 안전진단 관행이 줄고 재건축 자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불과 1년도 안된 짧은 기간동안에 잘못된 관행이 근본적으로 시정됐다고 믿기는 어렵다. 올 3월부터 10월까지 재건축 사업을 신청해 안전진단을 통과한 1백56건을 재점검한 결과 이중에서 재건축 필요성이 인정된 곳은 전체의 23%인 36건에 불과했다는 사실만 봐도 그간의 사정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선거를 앞두고 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선심성 행정이 아니냐는 여론의 질책이 전혀 근거없는 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지자체 선거때 재건축 문제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공언했던 이명박 서울시장인지라 더욱 의심스럽다. 물론 재건축이 어려워질 경우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이 적잖을 것이다. 그러나 엄청난 자원낭비 외에도 대량의 건축폐기물 발생,입주자 이주문제,공사로 인한 교통난 가중 등 무분별한 재건축에 따른 경제적·사회적 부작용이 한두가지가 아니란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도 재건축 관련 안전진단은 원칙대로 엄격하게 시행해야 마땅하다. 최근에는 재건축을 빌미로 부동산투기가 서울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극성을 부리고 있어 그 필요성이 더욱 크다. 이같은 사실은 매년 수십건에 불과하던 재건축 추진 건수가 작년에는 4백건에 육박하고,서울에서만 올 상반기중 사업승인을 받은 아파트 물량이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39% 늘어난 1만4천여가구나 된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거듭 강조하지만 재건축은 부동산경기나 민원과는 관계 없이 입주민의 안전과 주거환경 개선을 꾀한다는 원래 취지에 충실해야 옳다. 서울시는 이같은 원칙을 지키고 재건축 문제에 대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재건축 안전진단 업무의 구청 위임 방침을 서둘러 철회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