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말콤볼드리지(MB)상을 만든다.' 신품질포럼이 신품질대상을 만들기로 한 것은 이 상을 통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품질경영에 관한 수많은 모델과 포상제도가 나왔지만 국내 산업의 품질경쟁력 확보를 위한 모델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는게 신품질포럼 참가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점점 치열해지는 국제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신품질'이 필요하고 이의 수단으로 국내 최고 권위의 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신품질대상을 공동 운영하는 한국경제신문사는 최근 조순 위원장 등 신품질포럼 회원들을 초청, 품질경영에 대한 실태와 과제, 그리고 신품질포럼의 역할에 대한 좌담회를 가졌다. [ 참석자 ] 조순 < 신품질포럼 위원장 > 손욱 < 삼성종합기술원 원장 > 박재홍 <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 윤상운 < 연세대학교 교수 > 안현실 <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사회) > ----------------------------------------------------------------- 사회 =신품질포럼이 창립되면서 주창한 신품질 경영 개념은 산업계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아직 개념에 대한 기업인들의 이해가 부족한 상태다. 신품질에 대한 정의와 주창배경에 대해 말해달라. 조 위원장 =5년전 발간된 부즈 앨런과 해밀턴의 '한국보고서'는 '한국은 비용의 중국과 효율의 일본의 협공으로 호두까기 속에 낀 호두와 같으며 변화하지 않으면 부서질 수 밖에 없다"고 기술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우리는 아무런 행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때다. 윤 교수 =그동안의 품질경영이 지속적 개선에 중점을 뒀다면 신품질은 가치혁신을 유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마디로 '세계시장을 선도할 품질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창조적이고 개발중심적인 새로운 품질문화'를 의미한다. 신품질경영은 이러한 문화가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한 실천수단이 될 것이다. 손 원장 =경영혁신 역사를 보면 73년 일본이 오일쇼크때 위기가 왔다. 일본은 이때 QTC라는 전사적 품질경영에 돌입했고 이후 경쟁력이 살아났다. 한국도 일본 컨설팅 업체들의 진출로 경영혁신에 대한 기반을 마련했다. 80년대 품질경영은 미국이 주도했다. 일본에 밀리면서 ISO9000, 6시그마 등 급속하고 총체적인 경영혁신을 이뤘다. 말콤볼드리지상도 이런 노력의 결과다. 이러한 경영혁신 모델은 90년대 한국으로 넘어왔다. 그런데 한국은 적극적인 혁신을 하지 못했다. 호황이 오면서 역량을 모으질 못한 것이다. 지금 10년 가까이 놓쳤다. 2000년대에 완성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정부와 모든 기관이 바꿔 나가야 한다. 사회 =신품질포럼에서는 현재 우리 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과 당면과제를 어떻게 분석하고 있나. 박 교수 =먼저 품질경영에 대한 산업계의 경시풍조와 장기적인 품질경영 전략의 부재, 그리고 사내 품질전문가의 부재를 큰 문제점으로 들 수 있다. 이것은 리더십, 가치창조활동, 시스템, 전원 참여 부재라는 세부적인 문제점들을 낳고 있다. 손 원장 =대부분 기업이 컨설턴트나 전문가 집단에만 의존하고 제조현장에서 낮은 단계의 품질경영만을 해왔다. 경영을 위한 수많은 수단중의 하나로 치부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품질경영은 전체 문화부터 시작해서 전체 조직을 움직일 수 있는 전문가를 제대로 양성해야 한다. 품질경영은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야 한다. 외국의 경우 모토로라는 품질경영을 기업의 문화로 파악한다. GE는 품질경영을 'GE의 DNA'로 규정한다. 대를 이어 진행해야 하는 기업의 근간이라는 뜻이다. 한국도 총체적인 경영으로 끌어올리지 않으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다. 박 교수 =정부의 역할도 더욱 능동적이어야 한다. 국내에는 한명의 품질전문가를 키우기도 역부족인 기업이 많다. 그만큼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미국의 경우 MB상은 대통령이 직접 수여할 정도로 품질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번도 빠진 적이 없고 TV로 생중계하니까 품질에 대한 파급효과가 크다.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조 위원장 =미국은 정부도 품질경영을 한다. 스스로도 실천을 하기 때문에 품질경영이 범국가적으로 생활화됐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품질경영에 대한 총체적인 인식이 아쉽다. 특히 한국에서는 품질이라는 단어 자체가 제조품 자체에 국한돼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퀄리티라는 단어 대신 엑설런시(Exellency) 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에게도 새로운 컨셉트가 필요하다. 사회 =신품질경영은 어떤 원칙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보급될 것인가. 조 위원장 =신품질경영은 10가지 원칙을 제정해 놓고 있다. ISO9001의 품질경영 8대원칙, 세계적인 우량그룹이 되기 위한 아이백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우리 실정에 맞게 정한 것이다. 고객가치창조, 탁월한 리더십, 차별화된 경쟁우위, 유기적 조직구조, 변화지향적 행동, 시스템적 접근방법, 지속적 개선과 혁신, 예측가능한 신뢰, 기업시민의식, 경영성과 지향 등이 그것이다. 이런 원칙을 달성하기 위한 실행모델로는 선진기업들의 성공사례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세계각국의 인증기관들의 초우량경영모델을 들 수 있다. 윤 교수 =신품질포럼은 연구, 교육, 포상의 3가지 분과를 통해 기업과 연계해 나갈 것이다. 산업계.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이들 각 위원회의 기능과 상호협력을 통해 신품질경영이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 올해의 목표다. 연구위원회는 다양한 연구와 경영환경에 대한 진단을 통해 신품질에 대한 개념을 산업계에 전달할 것이다. 또 품질전문가 양성을 위해 여러가지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해외 인증기관과의 적극적인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박 교수 =포상제도는 한국품질재단 주관으로 내년 5월 열리는 컨벤션을 통해 진행될 예정이다. '신품질대상'은 품질경영 부문 포상제도로 널리 알려진 미국의 MB상을 모델로 한 것이다. 기업간의 상대 평가보다는 신품질 실행모델의 개별항목에 대한 절대 평가로 이뤄진다. 평가 이후에는 조직의 경쟁력에 있어서의 강점과 필요한 개선분야에 대한 내용을 담은 전문가들의 피드백 보고서를 제공할 것이다. 정리=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