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도 이젠 무사안일한 경영으론 버텨낼 수가 없지요.철저한 자유경쟁을 통해 최대한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오영교 KOTRA 사장은 지난해 4월 부임한 뒤 복지부동의 대명사인 공기업 경영에 새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오 사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실무위주로 조직을 과감히 바꾸는 것이었다. 본사인원을 2백85명에서 2백10명으로 대폭 줄이는 대신 61개 무역관에 69명을 전진 배치해 현장에서 직접 뛰며 일하는 직원을 크게 늘렸다. "조직 개편은 사람이 필요한 곳에 일한 사람을 적정하게 배치하는 것부터"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해외조직도 정비했다. 해외시장을 권역별로 나눠 8개 지역본부를 설치하고 공모를 통해 지역본부장을 뽑도록 했다. 그리고 각 지역본부장들에겐 무역관 관리 및 평가권한을 줬다. 자연스럽게 지역본부간 경쟁이 붙었다. 오 사장은 "지역본부별로 경쟁체제가 형성되면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국 조달시장 개척과 유럽 대형 유통업체 상담회,쿠바시장 개척 등도 모두 이같은 시스템 개편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얘기다. 인사와 업적 평가제도도 일반 대기업 못지 않게 까다로워 졌다. 해외무역관에서는 개인별 목표관리제도를 실시하고 본사 직원들에 대해서도 평가지표를 개선했다. 인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위해 다면평가제도도 도입했다. 오 사장은 KOTRA의 변화를 몸소 보여주고 있는 주인공이다. 그 스스로 집무실에만 앉아있는 사장이 아니라 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비즈니스맨"임을 강조한다. 부임 이후 국내에 머문 날보다 출장 가방을 들고 해외를 누빈 날이 더 많다. 수출 물꼬를 트기 위해 중동이나 중남미의 수출 불모지를 이잡듯 뒤졌는가 하면 대규모 투자 유치단을 이끌고 일본과 미국 등을 돌아다녔다. 얼마전에는 쿠바 정부기관과 처음으로 업무협정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중동 최대시장인 이란에서는 첫 한국상품 단독전시회를 열었다. 오 사장은 "쿠바 전담관을 지정해 한.쿠바 경제협력의 공식 창구를 두게 된 것은 양국 관계에 있어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쿠바와 이란을 돌고 며칠전 도착한 오 사장은 짐 풀 새도 없이 또 중국으로 날아갔다.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와 업무협의를 갖기 위해서다. 이 일정이 끝나면 곧 소피아 무역관 개설을 위해 불가리아로 날아간다. "워낙 출장을 자주 가다 보니 이제 짐 싸는데 선수랍니다." 오 사장의 얘기다. 일부에선 KOTRA가 너무 수익을 좇는 것이 아니냐하는 비판을 제기한다. 그는 이에 대해 "KOTRA는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들을 위해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오 사장은 "해외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에 "고객만족 경영"을 펼치기 위해 KOTRA 직원들은 서비스맨 정신으로 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 오 사장은 지난해 정부투자기관 경영자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KOTRA는 벤치마킹 대상이다. 일본무역투자진흥공사(JETRO)가 KOTRA의 투자유치기능을 연구 모델로 삼았고 대만의 대외무역발전협회(CETRA)는 KOTRA의 중소기업 지원 사업을 그대로 베껴 시행하고 있다. 오 사장은 "한때 우리가 따라가기 급급했던 JETRO가 이제는 우리를 따라오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전세계 최고의 무역투자 기관이 되기 위해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