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까지 A자산운용회사 팀장이었던 K모씨(40)는 요즘 집 근처 오피스텔로 출근한다. 컴퓨터 2대만 달랑 있고 직원은 그 혼자다. 오전 9시에서 오후 3시30분까지의 K씨 일과는 본인이 직접 개발(?)한 주가지수선물 트레이딩 프로그램에 맞춰 엔터(Enter)키를 누르는 일이 전부다. 그의 투자금액은 5억원. 올 2월부터 지금까지 누적 수익률이 60%에 달한다. K씨는 "남의 돈을 굴리는 펀드매니저때보다 훨씬 편하다"고 말한다. K씨처럼 이른바 '전문 선물 트레이더'들이 선물시장의 숨은 세력으로 급부상,시장에 적지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게 증권업계 평가다. ◆오피스텔 트레이딩족(族)=H투신 주식운용팀장 출신인 Y모씨도 최근 증권사 투자상담사로 변신하면서 '옵션 트레이더'란 부업을 가졌다. 옵션매매는 철저히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존한다. 최근 5개월동안 월평균 3%가량 수익을 냈다. M자산운용의 S운용팀장도 몇달 전 회사를 그만두고 '선물 트레이더'로 제2의 삶을 꾸려가고 있다. 이처럼 펀드매니저 출신 선물트레이더가 늘어나는 것은 선물시장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좋기 때문이다. 개인들이 부나방처럼 선물옵션 시장으로 몰리면서 그만큼 '허점'이 많이 생기고 있다. 현물시장이 6개월이상 하락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주된 배경중 하나다. 손동식 미래에셋자산운용 이사는 "개인들까지 선물옵션 투자에 대거 나서면서 파생상품시장이 투기장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제로섬(zero sum) 게임인 파생시장에선 한쪽은 잃게 마련이며 결국 일반 개인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 트레이딩족들은 일반 개인들처럼 감(感)에 의존하지 않는다. 이들은 한결같이 컴퓨터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인다. 위험은 최소화하면서 꾸준히 적정 수익을 내기 위해서다. ◆새로운 세력으로 부상=컴퓨터 매매시스템의 특징은 일정한 조건이 되면 자동적으로 매수및 매도 신호가 나온다는 점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여러 사람이 같은 데이터를 활용해 매매타이밍을 정할 경우 일시에 매도 매수신호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선물시세가 장중에 급등락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는 것은 이같은 전문 트레이더의 시스템매매 때문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이들이 한꺼번에 매수에 나설 때 선물가격이 급상승세로 돌아서고 그 결과 매수차익거래가 발생하고 지수상승으로 연결되는 강세장이 연출되기도 한다. 해외변수 불안,경기둔화 우려등에 둘러싸인 현물시장이 새로운 모멘텀을 찾지 못할 경우 꼬리(선물)가 몸통(현물)을 흔드는 일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