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4일 본회의에서 각종 개혁법안들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정치자금법과 선거법 개정안 등 핵심 개혁법안의 경우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 법안처리가 사실상 무산됐다.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회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킬 예정이었으나 민주당 특위간사인 천정배 의원이 "선거법 개정 없이 국회법 개정안만을 통과시키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민주당의 회의 불참을 통보,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14일 본회의 개회 전까지 양당간 합의가 도출되지 못할 경우 정치개혁법의 핵심인 선거법과 정당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처리할 수 없게 됐다. 한편 법사위도 의문사 진상조사위의 활동기간을 최장 1년으로 하는 의문사진상규명특별법 개정엔 합의했으나 정치권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부패방지법에는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정치개혁법안 합의 도출 실패=여야 정치권은 국회의 권한강화를 담고 있는 국회법,인사청문회법 등에 대해선 쉽게 합의했다. 그러나 선거법과 정당법에 대해 한나라당은 "대선을 30여일 앞둔 시점에서 법의 개정과 적용에 필요한 시한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처리에 난색을 표했고 민주당은 민주당안의 수용을 요구,합의를 보지 못했다. 한나라당 허태열 간사는 "정당연설회 개최 횟수를 축소할 수 있다는 수정안을 제시하며 타협을 시도했으나 민주당이 거부했다"며 합의도출 실패의 책임을 민주당에 전가했다. 그러나 허 간사는 "TV토론회는 현재 상태로도 충분하며 정당연설회 폐지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 천정배 간사는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나라당이 구태 선거를 재현하려 하고 있다"며 "선거법 개정 없이는 다른 법안 통과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따라 △정당연설회 폐지 △TV토론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선관위의 선거관련법 개정안은 이번 대선에 적용할 수 없게 됐다. 1백만원 이상 정치자금의 수표사용 의무화,정치자금 수입·지출의 단일계좌 사용,정당지출 가운데 1회 50만원 초과시 수표나 신용카드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정치자금법 개정도 무산됐다. ◆사회 각계 비판 고조=중앙대 장훈 교수는 "개혁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은 정치권의 무책임과 직무유기 때문"이라며 "정치권이 선거의 이해득실에만 민감하게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하승창 사무처장도 "국회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정치개혁의 핵심인 선거법과 정치자금법 개정을 외면,자신들의 잇속만 챙겼다"고 비판했다. 김동욱·윤기동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