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아래 두 명의 영웅이 공존할수는 없다.'


휴렛팩커드(HP)의 칼리 피오리나 회장과 마이클 카펠라스 사장.


회장은 세일즈의 귀재이고,사장은 회사운영 및 통합전문가로 세계 컴퓨터업계의 대표주자들이다.


두 사람은 지난 5월 HP와 컴팩컴퓨터가 하나로 합쳐 새로운 PC·프린터 대기업으로 거듭난 HP를 이끌어온 쌍두마차였다.


그러나 카펠라스 사장이 11일 전격 사임을 발표했다.


HP주가는 이날 10%이상 폭락했다.


◆2인자는 싫다=그는 사임의 변으로 "통합작업이 순조로워 떠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1인자의 영광'을 오랫동안 맛본 카펠라스 사장이 '2인자'로 추락한 것을 견디지 못하고 새로운 1인자 자리를 찾아 떠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989년부터 올 5월까지 10년이상 컴팩의 최고경영자(CEO)겸 회장이었던 그가 동갑(48세)인 피오리나 회장을 모셔야 할 2인자로서의 지위에 만족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월스트리트 저널은 카펠라스 사장이 법정관리중인 통신업체 월드컴의 CEO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의 사임배경에는 내부 불화설도 있다.


피오리나 회장은 모든 제품을 HP브랜드로 통일할 것을 주장한 반면 카펠라스 사장은 컴팩브랜드를 일부 제품에 남겨두자고 맞서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오는 12월1일 정식으로 HP를 떠난다.


HP는 사장 자리를 당분간 공석으로 두기로 했다.


◆HP에는 큰 타격="카펠라스 사장의 사임은 HP의 큰 손실이다."(메릴린치증권의 스티븐 밀루노비치 HP분석가)


HP와 컴팩간 통합 이후 짜여진 '피오리나회장-카펠라스사장 라인'은 업계 최고의 콤비로 평가돼 왔다.


실제로 며칠후 나올 HP의 3분기 실적은 전분기에 비해 크게 호전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때문에 월가에서는 '카펠라스 없는 HP'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투자자들은 피오리나 회장이 컴팩컴퓨터를 합병,덩치가 거의 2배로 커진 HP를 제대로 꾸려나갈 수 있을지를 우려한다.


무엇보다 HP와 컴팩의 통합작업이 완료되려면 1년이 걸리는데 6개월만에 카펠라스 사장이 떠남으로써 내부 통합이 제대로 마무리될지 의문이다.


이날 HP주가가 11%(1.83달러)나 떨어진 것도 이같은 우려의 반영인 셈이다.


이정훈 기자.정건수 실리콘밸리 특파원 lee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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