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 벽산125빌딩,순화동 삼도빌딩,광화문 광주은행 빌딩,여의도 SKC빌딩,여의도 동양증권 사옥... 이 빌딩들은 3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첫째 서울의 대형 업무용 건물이라는 것. 둘째 현재 빌딩 소유주가 모두 외국인이고,세째 법무법인 세종이 매매과정에서 법률자문했다는 점이다. 세종의 부동산금융팀장인 이경돈 변호사(38)는 이같은 "빅딜"에서 늘 "산파역"을 자처한다. 자신의 역할이 "옥동자(거래)"를 받는(성사시키는) 명성있는 "의사"라기 보다 산모(매매 당사자)의 손을 잡고 산모와 고통(거래 과정의 어려움)을 함께 하는 "조력자"에 가깝다는 의미다. 능력있는 선후배 변호사들이 즐비하고 다양한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부동산금융 분야에선 무엇보다 "함께 한다"는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이 변호사는 능력은 보잘 것 없는데 주변에 좋은 선후배가 많아 대과없이 그럭저럭 팀을 이끌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고객과 동료는 별로 없다. 국내 대형 로펌인 세종의 주요 부문인 부동산금융팀을 이끌고 있는 팀장에게 "허명(虛名)"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의 설명과는 달리 그는 오히려 후배들에겐 부끄러움을 타지만 모자란 것을 항상 채워주는 자상한 "큰 형님"으로 통한다. 반면 고객에겐 "냉정한 도박사"란 말을 자주 듣는다. 한 건에 수백억원 혹은 수천억원이 오고가는 "빅딜"에서도 조금도 흐뜨러짐없이 있다가 단번에 핵심을 찔러 버리기 때문이다. 이같은 평가는 그의 업무 스타일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이 변호사는 회의를 주재할 때 자신의 생각을 먼저 내놓는 경우가 드물다. 어떤 프로젝트가 맡겨지면 일단 큰 그림을 그린다. 그 다음부터는 선후배들과 함께 해답을 찾는다. 동료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쟁점이 될 만한 사항들을 가려낸다. 같이 토론을 하면서 팀원들에게 다양한 접근방식을 일깨워주고 기발한 아이디어도 모은다. 대충 "뼈대"가 완성되면 팀원들의 특성을 고려,각자에게 업무를 나눠준다. 회의가 끝난 뒤에도 간과했을지도 모를 오류를 잡기 위해 이제까지의 과정을 꼼꼼히 점검해본다. 접근방식은 단순하다. 고객의 입장에서 서서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짬이 날때마다 부동산 및 금융전문 서적을 찾아보며 더 나은 방법을 연구한다. 이런 치열한 과정을 치뤄서인지 고객을 2~3차례 만나면 해결책을 제시한다. 예상 밖으로 빠르고 정교한 "답안"의 내용에 고객들은 놀라곤 한다는 것이다. < 이경돈 변호사 약력 > 1965년 충남 부여 출생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 합격 1987년 서울대 법대졸업 1989년 사법연수원 제18기 수료 1992년 법무법인 세종 입사 1998년 미 콜롬비아대학 로스쿨 졸업 1998년 미 뉴욕주 변호사 자격취득 1999년 미 뉴욕 로버트 법률사무소 근무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