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10일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측이 제의한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노,정 후보 단일화가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당초 국민경선을 강력히 주장했던 노 후보의 이같은 입장 선회는 후보단일화 없이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두 후보간 단일화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노 후보 TV토론 수용 배경=노 후보는 이날 전남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국 8개 권역에서 TV 토론을 거친 뒤 25일까지 권위있는 여론조사기관 4~5개를 통해 여론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밝혔다. 노 후보는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는 것은 역사적 임무이기 때문에 정책과 후보가 다르더라도 단일화를 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노 후보를 수행한 김경재 홍보본부장이 전했다. 노 후보는 "경선을 포기하더라도 후보 단일화를 이뤄낼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해찬 협상단장도 이날 "단일화협상이 무산되는 것보다는 최후의 카드로 여론조사도 검토할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방법이지만 이를 통해서라도 단일화를 꼭 성사시키겠다"고 말했다. 당초 국민경선 입장을 완강히 고수해온 노 후보의 입장 선회는 후보단일화 없이 대선 승리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 노,정 후보의 지지율이 20% 초반대에서 하향 평준화된 반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는 35%에서 40%대에 육박하는 등 "대세론"이 급속히 확산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후보단일화가 안될 경우 당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는 현실론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단일화가 안될 경우 호남 출신 중진 등 의원 다수가 당을 떠날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노 후보의 "TV토론 후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 발언은 당의 공중분해를 막기 위한 고육책인 셈이다. ◆협상 전망=여론조사는 통합21측이 무게를 실어온 방안이라는 점에서 후보단일화 성사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 다만 정 후보측에서는 그간 비공식적으로 1~2회 정도 합동TV토론을 거친 뒤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하자는 입장을 보여온 만큼 노 후보의 8개 권역별 TV토론 제의를 수용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가 유례없는 일인데다 후보단일화가 실패할 경우 민주당 와해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정 후보측이 막판 버티기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재창.정종호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