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는 1957년 구소련에서 세계 최초의 유인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발사하자 놀라 '첨단연구프로젝트국(ARPA)'을 설립했다. 행동과학, 탄도미사일 등의 연구를 지원하던 아르파는 62년 정보처리기술실(IPTO)을 신설, 관련 컴퓨터연구소들을 하나로 묶는 네트워크(ARPAnet) 개발에 들어갔다. 연구소끼리의 데이터 교환 및 그에 따른 비용절감의 필요성 때문에 시작된 아르파넷은 다양한 시험가동 끝에 72년 10월 워싱턴에서 열린 제1회 국제 컴퓨터통신회의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비슷한 시기에 하와이대에선 대학과 연구소를 잇는 알로하넷(ALOHAnet)이 생겨났고 이 과정에서 이더넷이라는 근거리통신망의 핵심시스템도 고안됐다. 아르파넷에 이같은 요소들이 더해져 83년 탄생된 것이 바로 인터넷이다. 초기의 인터넷은 서로 연결된 컴퓨터 사용자끼리 문서정보를 주고 받는 수준이었으나 89년 스위스 과학자들이 월드와이드웹(WWW)을 창안하면서 마우스 하나로 전세계 네트워크가 곧바로 연결되는 지금의 인터넷으로 발전했다. 오늘날 인터넷의 효용은 무궁무진하다. 지구촌 반대편 사람과 실시간 채팅을 하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고 방안에서 송금하고 대출받고 쇼핑하고, 외국도서관에서 정보를 찾을 수도 있다. 기업과 기업, 기업과 소비자간 직거래가 가능해 델컴퓨터처럼 자체 공장과 대리점 없이 물건을 팔 수도 있다. 국내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1천만명을 넘어섰다는 소식이다. 정보사회에 필요한 인프라는 세계 최고인 셈이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콘텐츠는 적고 이용자 또한 게임이나 영화보기 등 오락 수준에 머무는 수가 많은 게 현실이다. 데이터스모그 현상은 심한 반면 디지털경제로의 전환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포르노그라피와 광고성 스팸메일 홍수,익명성을 악용한 인신공격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가입자 수를 자랑할 게 아니라 단기간에 구축된 인프라가 삶의 질을 높이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근간이 될 수 있도록 인터넷교육 및 관련법규 정비 등에 힘을 쏟는 일이 시급하다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