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실시된 200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작년보다 쉽게 출제돼 평균 10∼20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중상위권 학생들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상대적으로 어렵게 출제된 언어영역과 앞으로 치러질 논술 및 심층면접이 당락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종로학원 대성학원 중앙학원 등 이날 수능시험을 분석한 입시전문기관들은 "지난해 수능점수를 끌어내렸던 수리영역이 쉽게 나온데다 지난 9월 모의평가에서 어려웠던 과학탐구도 평이했다"며 "올해 수능시험 평균 점수는 지난해보다 10∼20점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 언어영역 '체감난이도' 높았다 =자신을 상위권으로 소개한 김예목군(18.경복고·서울 용두동)은 "언어영역의 쓰기부문이 무척 까다로웠다"며 "생소한 문학작품들이 나와 지문을 전부 읽는 데도 시간이 모자랐다"고 말했다. 대성학원 임강희 국어과 주임은 "국어 교과서 안에 있는 지문은 줄어든 대신 관촌수필 등 비교적 생소한 작품들이 지문으로 많이 나와 수험생들은 시간부족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언어영역과 다른 부문의 난이도가 지나치게 큰 편차를 나타내자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반발도 잇따랐다. 재수생인 정만영군(19.서울 마장동)은 "다니는 입시학원은 물론 출제위원회도 언어영역이 쉬울 것이라고 해서 공부를 게을리했다"며 "자신있는 수리영역은 너무 평이하게 나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선린인테넷정보고에서 자녀가 수능을 치렀다는 주부 윤정순씨(48.서울 월계동)는 "평소 높은 점수를 받아 상위권을 유지했던 언어영역이 어려웠다니 다른 학생들과 점수 차이가 있을지 고민"이라며 초조해 했다. 서울지역 일부 고등학교에선 1교시 언어영역 시험 직후 중도포기자들까지 생겨 시험 관계자들을 긴장시켰다. ◆ 눈치경쟁 치열해진다 =쉬운 수능으로 중상위권이 두터워져 어느 때보다도 눈치전쟁이 극심할 전망이다. 종로학원 김용근 평가실장은 "점수대별 수험생 분포는 항아리형을 띨 것"이라며 "중상위권의 점수를 받은 수험생들이 주요 대학 인기학과에 집중되면서 동일대학에서도 과별 인기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 실장은 "상위권은 심층면접이나 논술이, 중하위권은 영역별 가중치 여부에 따라 당락이 좌우될 것"이라고 점쳤다. 재수생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측도 눈치경쟁을 부추길 것이란 분석이다. 서울 계성여고 서범석 진학담당교사는 "중상위권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재수생들이 강세를 보인다면 재학생들은 하향 지원을 피하기 힘들어 결국 눈치경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수험생들은 정시지원에 앞서 현명한 지원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충고도 나오고 있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실장은 "수능성적보다 학생부 성적이 유리할 경우에는 남은 2학기 수시에 적극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방실.임상택.홍성원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