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 1번지인 서울 명동성당(사적 제258호)은 지금 보수공사 중이다. 1898년 완공된 성당의 외벽이 많이 부식되고 훼손돼 벽돌을 새것으로 갈아 끼우는 공사를 하고 있다. 지난달 공사를 시작해 외벽 전체의 40%가 넘는 30만여장의 벽돌을 2004년까지 교체할 예정이다. 보수공사의 망치소리가 정적을 깨고 있는 명동성당에서 백남용 주임신부(56)를 만났다. "벽돌조 건물을 그대로 둔 채 보수하는 건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감리교의 정동제일교회나 중림동 성당의 경우 건물을 헐어내고 쓸 만한 벽돌을 살려 보수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지요." 명동성당의 외벽 보수는 이번이 세번째다. 지난 74년 외벽의 손상된 부분을 긁어내고 타일형 벽돌을 붙인 뒤 페인트 칠을 했다. 그러나 페인트가 벽돌의 습기 배출을 막는 탓에 부식을 촉진한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에 따라 지난 84년에는 외벽을 2㎜ 가량 갈아내 벽돌의 원래 색깔을 살렸다. 그러나 이 역시 공사 마무리가 완벽하지 않았다. "벽돌 사이의 줄눈에 구멍이 많아서 작년에 샘플링(표본) 공사를 해보고서 '큰일 났구나' 싶었어요. 과거 두 차례의 공사가 부실해 내력벽으로서의 내력이 상당히 약화됐기 때문이죠.벽돌조 건물보수 경험이 많은 외국 학자와 전문가까지 불러서 세미나를 세차례 열고 국내 건축전문가들이 수십차례 회의를 한 끝에 보수공사에 착수한 겁니다." 공사의 진척도는 더디기만 하다. 기존 건물을 그대로 둔 채 벽돌을 교체하자니 한 팀이 하루에 고작 0.9㎡ 밖에 교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명동성당은 프랑스인 코스트 신부(1842∼96년)가 설계하고 중국인 기술자들이 벽돌을 굽고 쌓았습니다. 우리 손으로 지었다고 보기 어렵지요. 그러나 이 귀중한 문화유산을 지키고 보존하는 건 우리의 정성으로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명동성당이 지난달 13일부터 성전 보수를 위한 벽돌을 신자들로부터 봉헌받고 있는 까닭이다. 봉헌 금액은 벽돌 한 장에 1만원. 전체 공사비 50억원 중 정부지원금 30억원을 뺀 나머지를 봉헌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수많은 벽돌이 쌓이고 쌓여서 하나의 건축물을 만드는 것처럼 많은 신자들의 정성을 모아서 보수하는 게 몇 사람의 기부금에 의존하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주일마다 1천여명의 신자들이 호응할 정도로 반응이 좋아요." 교회음악을 전공한 음악가인 백 신부는 "이제는 명동성당이 민주화와 노동운동의 광장에서 문화의 광장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명동성당 문화관을 개축,5백여석의 공연장 '꼬스트 홀'을 개관해 음악회를 활발히 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백 신부는 "옛 명동국립극장이 오는 2004년 복원되면 소비의 거리인 명동이 문화의 거리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