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 상품 가입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보험은 안면 있는 주변 보험설계사들의 권유에 못이겨 할 수 없이 가입해야 하는 '천덕꾸러기'같은 금융상품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30대~40대 뿐만 아니라 20대에서도 자발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더 나아가 라이프사이클을 고려, 자신에게 필요한 보험을 직접 설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최근 대한생명이 자사 종신보험에 가입한 1백3만7천9백1건을 대상으로 실시한 분석에서 30대 미만 계층의 비중이 29.9%에 달했다는 결과는 이같은 경향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생보사들도 잠재 고객들의 다양한 '입맞'에 맞추기 위해 신개념 선진형 상품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종신보험 가입 열풍 여전 =생보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누적 수입보험료를 기준으로 한 22개 생보사의 보장성보험과 저축성보험 상품의 판매비중은 각각 50.2%, 49.8%로 나타났다. 보장성 보험의 판매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저축성 보험의 판매 비중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 2000년중 이 비율이 각각 29.4%, 70.6%였던 점을 감안하면 가히 '상전벽해'와도 같은 변화라 할 수 있다. 이런 큰 변화가 생긴 데에는 뭐니뭐니해도 종신보험의 영향이 크다. 90년대 초반 푸르덴셜생명을 시작으로 외국계 생보사에 주로 판매돼온 종신보험은 2000년께부터 국내 생보사에 의해서도 적극 취급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00 회계연도중 83만7천건이던 종신보험 신계약건수는 2001년 3백34만1천건으로 늘어났다. 올 회계연도 들어서도 지난 8월말까지 1백31만4천건 판매되는 등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생보사들은 이같은 열기가 향후 2년 정도는 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아직도 종신보험에 들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생보사들은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기존의 보험설계사들을 재무설계사로 업그레이드 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분주하다. 종신보험은 사망시 사망원인에 관계없이 보험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불의의 사고로부터 가정을 지키기 위한 기본상품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연금보험 빅히트 예감 =종신보험의 뒤를 이어 히트를 칠 상품으로는 단연 연금보험이 꼽힌다. 유엔에선 2050년에 전세계 인구 5명중 1명이 60세 이상 노령인구에 편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도 같은 기간 노령인구 비율이 12%에서 33%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노령화 사회의 급진전으로 젊은 계층이나 직장인중 연금보험을 활용, 노후를 미리 대비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연금보험은 소득공제 또는 비과세 혜택이라는 매력도 갖추고 있어 인기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12월부터 새로운 사망률과 평균수명을 반영한 경험생명표가 적용돼 연금보험의 보험료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금보험에 미리 가입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예전보다 사망률이 줄어들었고 평균수명은 길어졌으므로 같은 보험료를 냈을 경우 나중에 받을 수 있는 연금은 과거보다 훨씬 줄어든다. 바꿔 말하면 수명이 길어져 연금을 받는 기간이 늘어났기 때문에 연금 보험료는 오르게 되는 것이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인상폭은 약 5~1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월초부터는 투자실적에 따라 향후 받게될 연금규모가 달라지는 투자형 보험상품인 변액연금도 선보였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보험금 가치하락을 방어하기에 적합한 상품이기 때문에 앞으로 상당한 인기를 끌 수 있으리란게 생보업계의 기대다. 신개념.선진형 상품에도 관심을 =생보사들은 보장성 보험 시장 중에서 개척되지 않은 분야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특화상품을 내놓고 있다. 삼성생명은 암 심근경색 뇌졸중 등 치명적 질병에 걸릴 경우 사망보험금의 일부 혹은 전액을 미리 지급하는 선진국형 CI(Critical Illness) 보험을 지난 6월 개발, 업계 최초로 판매하고 있다. 또 교보생명은 44개 특약을 골라 수시로 보장내용을 바꿀 수 있는 카멜레온형 '패밀리어카운트 보험'을 팔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기존 상품의 경우 가장 등 특정 개인을 시장으로 봤지만 앞으로는 패밀리 어카운트 보험처럼 가족 전체를 시장으로 삼는 상품들이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생보사들은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장기 간병보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보험은 노인들이 치매 등에 걸려 장기 간병(개호) 상태에 처했을 때 보험금을 지급해 주는 것으로 고령화 추세를 감안해 만드는 상품이다. 이 상품이 나오면 치매 치료비 부담은 크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다양하게 변화하는 상품의 흐름을 읽고 자신의 경제상황과 처한 여건에 맞게 보험을 설계한다면 '가족사랑'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