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간에 이뤄지는 국제거래는 국내거래와는 달리 많은 위험이 뒤따른다. 이러한 위험은 수출상품을 넘겨주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과 수출상품의 대금을 결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으로 나눌 수 있다. 상품 위험은 상품운송 중에 선박이나 항공기 사고로 수출 상품이 분실되거나 훼손되는 경우다. 해상보험에서 위험을 담보하고 있다. 돈에 관련된 위험은 무역계약의 상대방인 수입업자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깨 수출이 무산되거나 수입업자의 신용 악화 또는 파산으로 수출상품의 대금을 받을 수 없을 때 생긴다. 이런 위험은 수출보험이 담보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수출보험공사의 수출보험을 이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수출보험의 경우에도 다른 보험과 마찬가지로 공사가 보험가입은 적극 권유하면서도 막상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보험금 지급을 면하기 위해 면책사유를 찾는데 치중하기 때문이다. 얼마전 한 중소기업이 홍콩의 은행으로부터 취소불능 수출신용장을 받았다. 신용장에는 검사증명서(Certificate of Inspection)와 관련해 특수한 조건이 달려있었다. 즉 검사증명서에 적힌 서명은 신용장 개설은행이 보관하고 있는 서명과 똑같아야 개설은행이 신용장대금을 준다는 것이다. 수출업자는 신용장에 이처럼 특수조건이 붙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좀더 안전한 거래를 위해 수출신용보증보험에 들었다. 수출업자로부터 서류를 사들인 우리나라의 매입은행이 개설은행에 서류를 보여주고 신용장대금을 달라고 청구하자 개설은행은 검사증명서의 서명이 별도 보관중인 서명과 다르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다. 수출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매입은행은 수출보험공사에 수출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했지만 수출신용보증 약관상의 면책사유를 들어 거절당했다. 매입은행이 실수로 신용장조건을 위반한 서류를 샀기 때문이다. 수출보험을 이용하는 우리나라의 수출상이나 매입은행은 이 점을 주의해야 한다. 이는 수출보험제도의 한계이면서 동시에 일종의 함정이다. 자동차 보험의 경우에는 운전 중 과실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한다. 그러나 수출보험의 경우에는 수출업자나 은행의 과실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다. 유중원 변호사 rjo12@cholli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