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동차 빅 메이커들이 국내 부품업계에 강력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폭스바겐 MG로버 등은 최근 잇따라 구매사절단을 파견, 값싸고 품질 좋은 한국산 부품을 사들이고 있다. 부품업체가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대외신인도만 확보하면 해외 판로는 대폭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 업계는 또 대우차가 GM에, 삼성차가 르노에 각각 인수되면서 기존 수직계열 관계가 무너지는 틈을 타 새로운 거래선을 확보하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대우정밀과 현대차의 사례처럼 과거에 전혀 거래가 없던 기업들이 서로 진입장벽을 허물고 있는 것이다. ◆ 해외 메이커들의 움직임 GM은 지난 5월에 구매사절단을 우리나라에 파견하면서 총 3억달러의 부품을 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옛 대우차가 협력업체에 납품대금을 제대로 주지도 못한 채 GM에 인수된데 대해 다소 미안한 느낌을 가졌던데다 한국산 부품이 예상외로 품질이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GM측은 이번에 대우정밀과 자동차 계기판 장기 공급계약을 맺은데 이어 동양기전 등을 상대로 와이퍼시스템 모듈을 가져가는 협상도 전개하고 있다. 영국의 자동차부품업체인 MG로버도 한국과 중국시장을 상대로 글로벌 구매에 나서고 있다. MG로버는 지난달초 우리나라에 구매단을 파견, 기존 협력업체인 카오디오 전문기업인 아이오복스와 함께 실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아이오복스의 조상현 차장은 "국산 부품의 품질이 좋고 원가 경쟁력도 뛰어나 총 1백여종에 2천억원 상당의 부품을 구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MG로버에 부품 공급이 성사단계에 있는 업체는 현대오토넷에 오디오데크를 공급하고 있는 다함이텍이 있으며 플라스틱 성형제품을 만들고 있는 키프코와 램프를 만드는 바이오라이트 등도 MG로버를 상대로 상담을 하고 있다. 폭스바겐도 국내 구매를 늘리고 있다. 폭스바겐은 최근 대우정밀을 상대로 자동차 계기판을 독일로 들여가는 협상을 전개하고 있다. 또 최근 BMW코리아는 현대오토넷으로부터 1천대 가량의 내비게이션(자동항법장치)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도요타도 조만간 수백대 규모의 신규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 교차 영업 과거 현대차 협력업체가 대우차에, 대우차 협력업체가 현대차에 부품을 교차 공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수직계열 관계에 있는 완성차업체의 눈치를 봐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런 현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보다는 훨씬 탄력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당장 대우정밀이 현대-기아차의 2차 협력업체로 편입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대우정밀은 여전히 GM대우차가 주요 납품처이지만 거래선 다변화 차원에서 현대 기아 르노삼성 쌍용 등을 모두 접촉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품질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신규 거래선을 발굴하는데 별로 어렵지 않다"(황원길 전장사업부 영업팀장)는 설명이다. 델파이코리아 역시 지난 6월 현대자동차의 신형 V6 엔진에 장착될 엔진제어시스템(EMS) 공급계약을 체결하는데 성공했다. 하이닉스의 계열사로 현대-기아차가 주요 고객인 현대오토넷도 최근 쌍용자동차를 상대로 영업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으며 GM대우차 접촉에도 나설 계획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