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금융사고 8?3조치후 사채시장에서 대형 금융사고가 최초로 발생한 것은 지난 74년.금록통상대표 박영복씨가 은행원을 매수해 문서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총 71억원의 편법대출을 받았다. 80년대는 '이철희·장영자 어음사기 사건'이 터졌다. 장씨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회사들에 돈을 빌려 준 뒤 배에 해당하는 견질어음을 받아 이를 다시 은행에서 할인하는 방법으로 1천4백67억원을 챙겼다. 바로 그 해(82년) 조흥은행 명동지점 차장으로 근무하던 김상기씨가 사채업자들로부터 은행금리와는 별도로 월 2.5∼3%의 뒷돈을 주기로 하고 돈을 끌어들인 뒤 예금주 몰래 돈을 찾아 쓰다가 자금난에 몰리자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90년대 들어선 금융회사 직원들이 컴퓨터를 조작해 돈을 빼내 도망가는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또 사채업계에 '전문 돈세탁업자'라는 신종 업종이 등장해 제도권의 돈을 세탁하는 역할을 하며 금융사고를 일으켰다. 93년엔 한화그룹이 사채시장과 은행 등을 통해 변칙으로 비자금 89억원을 현금으로 교환하거나 실명으로 바꾸려다 적발됐다. 80년대 후반 부동산과 증권시장에서 큰 돈을 벌었던 사채업자들은 99년엔 코스닥시장과 장외시장을 통해 떼돈을 벌었다. 하지만 코스닥시장이 침체되며 하나둘씩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해 '정현준·이경자 사건'으로 표면화됐다. 당시 이씨는 벤처기업가인 정씨에게 사채를 빌려주며 공생관계를 유지했고 둘은 편법대출 등으로 2천2백40억원을 유용했다. ◆명동 사채시장 현황 명동사채시장에서는 90년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하루 평균 17조∼19조원이 움직였지만 외환위기 이후 전주(錢主)들이 투자를 꺼려 유통 자금규모가 급감했다. 외환위기 전 5백∼6백곳에 달했던 사채사무실도 1백여곳으로 줄어든 상태. 명동에서 12년째 사채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최근들어 일반기업의 어음 융통이 줄면서 대부분의 업자들은 창업자금이 아쉬운 벤처사업가와 전주를 연계시켜 주는 업무나 벤처기업의 M&A,어음할인 업무 등에 주력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벤처기업과 관련된 사채영업이 급속히 위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