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브랜드 스타] 세계 일등상표를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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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좁아졌다.
국가간 교류가 확대됨에 따라 세계 시장의 동질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젠 국경도 시장을 갈라놓지 못한다.
세계경제의 글로벌화와 기술격차 감소로 국가간 경쟁과 기업간 경쟁이 심해졌다.
이에 따라 제품끼리 경쟁하는 차원을 넘어 어느 브랜드가 더 우수한지 겨루는 브랜드 경쟁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시장이 세계화되면서 지식 문화 생활수준 등 각국 소비자들의 성향도 상당히 비슷해졌다.
공통점이 많아지고 소비자 취향이 세계적으로 비슷해지고 있는 것.
그러나 유심히 살펴보면 한편으론 취향이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 선진 기업들은 변화에 재빨리 대처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화'를 위한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글로벌 브랜드 'SONY'의 경우 1955년 일본 최초로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발명해 수출하기 시작하면서 등장한 브랜드 이름.
당시 사명인 도쿄통신공업이 너무 길고 외국인이 발음하기 어려워 이 브랜드를 내놓았다.
처음엔 'SONNY'로 생각했다.
그러나 발음과 표기가 쉽지 않아 N을 하나 떼고 SONY로 결정했다.
브랜드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던 당시 미국 기업과의 수출상담에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이라면 응하지 않겠다고 버텨 'SONY'란 자기상표 사용을 관철시킨 모리타 아키오 회장의 일화도 유명하다.
모리타 회장은 눈앞의 이익만 생각해 브랜드 주권을 포기하고 나면 좀체 종속관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SONY의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성공을 거두게 되자 지난 58년에는 회사 이름을 아예 'SONY Corporation'으로 바꿨다.
당시 대다수 임원들은 'SONY전자공업'으로 하자는 의견을 냈으나 전자공업이라는 특정 사업명으로 한정하면 나중에 다른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할 때 또 다른 사명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게 모리타 회장의 주장이었다.
32년이 지난 1990년 미국 CBS레코드와 콜롬비아영화사를 인수함으로써 그의 선견지명은 빛을 발했다.
우리는 어떤가.
한국 기업들은 70년대와 80년대에 대부분 수출 위주로 사업을 벌였다.
그래서 생산계획이나 수출물량 등이 외국 수입업자에 의해 결정됐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은 주도적인 마케팅 전략을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외형적 성장만 추구해 왔다.
대부분 기업들이 섬유 전자 신발 등 노동집약산업 구조였기 때문에 OEM 수출을 탈피해 고유 브랜드를 만들어 키우려는 브랜드 마케팅 인식이 결여돼 있었다.
이러한 브랜드 마케팅 인식 결여에 따른 결과는 지난 88년 올림픽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일찍이 글로벌 브랜드에 눈을 뜬 일본의 경우 지난 64년 도쿄올림픽을 통해 '아식스' '미즈노'를 비롯한 스포츠 브랜드는 물론 '후지필름' '캐논' 등 수많은 브랜드를 글로벌화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달랐다.
88올림픽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를 만든 성공사례가 전무하다.
전문가도 부족하고 기업의 인식도 부족해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
국내 기업들을 보면 국내용과 국외용 브랜드를 구분해 사용하는 사례를 자주 발견할 수 있다.
국내용 브랜드와 해외용 브랜드가 다르다 보니 통합관리가 안돼 효율면에서 문제가 많았다.
브랜드 정체성이 약해지며 일관된 전략을 펼치기도 쉽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일류 브랜드들은 국내외를 떠나 한가지 브랜드 전략 즉, 글로벌 브랜드 전략을 사용한다.
시장상황에 따라 브랜드를 달리하는 전략은 시작부터 브랜드 경쟁력에 족쇄를 채우는 것과 다름없다.
글로벌 브랜드를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과 수시로 변하는 국제경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변화를 재빨리 감지해 차별화된 방향을 잡는 것이 글로벌 브랜드로 가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CI(기업이미지), BI(브랜드이미지), 제품디자인 등 브랜드 관련 모든 요소가 결합된 능동적 대응이 필요하다.
CI, BI, 제품디자인 전략은 미래지향적이고 진취적이어야 한다.
단기적 손익만 따져선 안된다.
결국 브랜드를 글로벌화 하는 데는 외적으로 빠른 국제적 상황변화 인식이 필요하며, 내적으로는 국제적 변화에 맞는 능동적인 대응전략이 요구된다.
기업들이 사내에 이런 전략을 총괄할 수 있는 브랜드 매니저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글로벌화를 위한 구체적인 몸짓으로 볼 수 있다.
글로벌 브랜드를 키워 나가는 것은 세계시장 뿐 아니라 국내시장의 경쟁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궁극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