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5명의 목숨을 앗아간 탄저균 테러 수사가 답보상태에 빠진 가운데 상당수 과학자 및 생물학전 전문가들이 이번 사건을 미국인 과학자의 단독 범행으로 보고있는 미 연방수사국(FBI)의 견해에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 인터넷판이 28일 보도했다. 테러에 사용된 것과 같은 정교하고도 독성이 강한 무기급 탄저균을 만드는데는과학적 지식 및 기술적 능력과 더불어 값비싼 장비에 대한 접근성과 안전을 위한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데, 이는 한 개인의 능력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라는 게 이들 전문가의 공통된 견해다. 이 신문은 이런 연유로 전문가들 사이에 최근 FBI의 조사 방향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라크가 이번 사건의 배후일 가능성을 강력 제기했다. 지난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유엔 특별위원회의 생물학 사찰단장을 지낸 리처드스퍼첼 박사는 "내 견해로는 이런 종류의 탄저균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은 미국에서 나를 포함해 4-5명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며 "훌륭한 시설과 보좌진을 거느린다해도 이를 만들어내는데는 1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FBI는 지난해 11월 탄저균 테러범의 신상을 지하 실험실에서 2천500달러 이하의비용으로 탄저균 포자를 무기화할 수 있는 "얼마간의" 과학적 배경을 지닌 분노에차고 "외로운 개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또 테러범은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자가 아닌 것으로 보이나 범인과 해외테러리즘과의 "직접적이고 명확한" 연관은 아무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범인이 아마추어라는 생각은 버린 듯 하나 그가 외로운 미국인 과학자라는 견해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이런 기조에 따라 한때 미군에서 일했던 의사이자 바이러스학자인 스티븐 해트필을 "관심있는 인물"이라 지칭하며 혐의를 두기도 했으나 해트필이 자신의관련성을 강력 부인함에 따라 해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또 당국은 처음부터 이라크가 탄저균 테러를 지원했을 가능성을 일축했으나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당국은 탄저균 포자를 신속히 확산시키기 위해 사용된 코팅제가 이라크가 사용하는 미네랄 벤토나이트가 아닌 실리카라는 점을 들어 이같이 판단했으나 미 국방정보국은 앞서 1989년 기밀문서를 통해 이라크가 화학무기 첨가제로 사용하기 위해 실리카를 입수했음을 경고한 바 있다. 또 이라크는 1998년 실리카를 분산제로 사용하는 세균 대포 실험을 실시했음을유엔에 보고한 바 있으며 유엔과 미국의 정보 문서들에도 이라크가 톰 대슐 상원의원에게 배달된 탄저균과 동급의 실리카 사용 탄저균을 무기화하는데 필요한 장비와성분을 구매한 사실이 나타나 있다. 스퍼첼 박사는 "이라크는 분말 형태의 탄저균 포자를 거의 확실히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유엔 보고서에는 이라크가 지난 1990년대에 탄저균 포자를 만드는데 필요한 스프레이 방식의 건조기 3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돼 있으나 이중 2대만이파괴되고 나머지 1대는 유엔 무기사찰단의 사찰을 피해 철거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권정상기자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