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인질극 진압] 독가스 진압 논란 .. 170여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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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첸군이 벌인 모스크바 극장 인질사태가 사건 발생 나흘 만인 26일 러시아 특수부대에 의해 유혈 진압됐다.
그러나 진압과정에서 1백70여명이 사망,진압용으로 사용된 신경가스탄이 독가스라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인질 1백18명 희생=진압 작전 과정에서 인질 1백18명이 사망하고 인질극을 주도한 모프사르 바라예프를 포함한 50명의 인질범도 현장에서 사살되는 등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또 70∼75명으로 추정되는 외국인 인질 중 네덜란드인 등 모두 4명이 희생된 것으로 전해졌다.
블라디미르 바실리예프 내무차관은 인질극 종료 후 극장 밖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진압부대가 7백여명의 인질을 구해냈다"며 "사망자 가운데 어린이는 없다"고 강조했다.
병원 관계자들은 구출된 인질 7백여명중 5백46명이 가스 중독 및 탈진 등의 증세로 치료 중이나 상태가 심각해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압작전 전개 과정=진압작전은 인질범들이 인질살해 시한으로 정한 이날 오전 6시(한국시간 오전 11시)보다 조금 앞선 오전 5시20분께 시작됐다.
체첸군들이 살해시한보다 앞서 2명의 인질들을 살해하자 특수 부대원들이 몇대의 장갑차를 이용해 극장으로 다가갔다.
이어 방독면을 착용한 수십명의 특수부대원들은 극장옆의 구조물 뒤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기습적으로 극장 출입구와 벽에 구멍을 뚫고 내부로 들어갔다.
특수대원들은 가스를 분사해 인질범들을 진압했으며 이때 극장 안에서는 서너차례 큰 폭발음이 들렸다.
이 과정에서 체첸전쟁 희생자의 부인들이라고 주장한 18명의 여성 결사대원들은 가스에 중독돼 자살폭탄을 터뜨리지 못했다.
◆대 체첸 강경책 수정 불가피=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인질사태 종료 후 대국민 TV연설을 통해 "우리는 수백명의 인질을 구출하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해냈으나 모두를 구할 수는 없었다"고 희생자 가족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러나 대규모 희생자가 발생한 이번 인질극으로 체첸전쟁에 대한 국내 여론이 악화됨은 물론 체첸문제가 테러행위 차원을 넘어 국지 분쟁의 차원으로 다시 조명을 받게 됐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