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내복의 계절이다. 최근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속옷매장에 가을·겨울용 내복이 대거 등장했다. 두꺼운 외투를 입기엔 이른 이맘때 내복 하나면 하루를 든든하게 보낼 수 있기 때문.올해는 겉옷 맵시를 해치지 않으면서 활동성이 좋은 패션 내복이 많이 나왔다. 두께가 얇고 몸에 부드럽게 달라붙는 게 특징이다. 반팔·반바지형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비비안 비너스 임프레션 등은 팔길이를 반팔이나 7부(팔꿈치와 팔목 사이) 정도로 짧게 한 디자인을 다수 선보인다. 바지도 마찬가지.허벅지나 무릎까지 내려오는 길이가 주종이다. 겉옷 소매나 바지단 아래로 내복이 삐져나올 염려가 없다. 아예 소매를 없애 두툼한 소재로 만든 내복도 나왔다. 비비안의 경우 젊은층을 겨냥,귀여운 레이스를 달거나 레이스 없이 캐주얼한 느낌을 살린 심플한 내복을 내놓았다. 디자인이 간결한 대신 컬러가 화려하다. 바이올렛 오렌지 터키블루 등 예년에 보기 힘들었던 색상도 많이 나왔다. 임프레션은 교복 속에 입기 좋도록 스킨이나 아이보리 계열 컬러에 단순한 디자인의 '누드내복'을 다수 내놓았다. 신세대 내복이 단순미를 강조했다면 중·장년층을 겨냥한 내복은 전반적으로 한층 고급스럽고 화려해졌다. 호화로운 레이스를 쓰거나 원단 자체에 수를 짜넣은 재카드로 만들어 '란제리' 느낌을 물씬 풍긴다. 기능성 내복의 '기능'은 한층 다양해졌다. 올해는 스스로 열을 내는 발열기능 제품이 눈길을 끈다. 원사를 특수 편직해 실과 실 사이에 따뜻한 공기를 품게 하는 원리.비너스에서는 다양한 건강·자연 소재 내복을 선보였다. 게의 섬유질인 키틴과 키토산을 혼합해 항균성이 좋고 아토피성 피부에 좋다는 '크레비욘'이나 특수 세라믹을 섞어 인체에 유익한 원적외선을 낸다는 '마조닉' 등의 특수소재 내복이 대표적이다. 비비안 디자인실의 윤영자 팀장은 "울 제품은 곰팡이 해충 좀에 약한 만큼 주의해야 한다"며 "비눗물에 오래 담가놓지 말고 미지근한 물로 세탁하는 게 좋으며 탈수 후 손으로 모양을 잡은 다음 평평한 곳에서 말려야 형태가 변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가격은 7만∼8만원선이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