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그래도 믿을 것은 달러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 BusinessWeek 본사 독점전재 ]
올해 초 미 달러화 가치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1995년 이후 다른 나라 통화에 대해 50% 급등했던 달러 가치가 갑작스레 떨어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었다.
올 들어 각종 회계부정 사건과 기업들의 어두운 수익 전망이 잇달아 발표됐고,추가 테러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달러 가치의 하락은 막을 수 없는 대세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달러화는 여름부터 강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미국 경제에 대한 더블딥(짧은 회복후 재침체) 가능성과 주식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달러화에 대해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나스닥지수가 지난 2000년 최고 정점에서 75%나 떨어졌고,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최고점에서 40% 이상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달러의 이같은 움직임은 매우 놀라운 현상으로 평가된다.
물론 달러가 강세를 보인다고 해서 미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좋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른 국가의 경제가 상대적으로 더 악화됐다는 분석이 오히려 더 정확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유럽 경제는 경제성장과 개혁의 속도가 매우 느리다.
일본 경제는 부실채권과 디플레에 허덕이고 있다.
남미 국가들은 아르헨티나의 디폴트(채무불이행) 파장으로 외국자본이 빠져 나가는 등 국가 신뢰도에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미국 시장의 수요 감소로 수출 중심의 아시아경제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같은 불확실한 경제 환경속에서 전세계 투자자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투자자들은 미 증시에 대한 투자비중을 줄인 반면 안전한 미 국채에 대해 투자를 계속 늘려왔다.
최근 수개월간 외국 투자자들은 지난해 대비 두 배 이상의 미 국채를 사들였다.
달러는 국가간 상품과 서비스 거래의 중요한 매개 수단으로 매우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석유와 같은 원자재를 구입할 때도 필요하며 국제 은행간 주요한 거래 수단이기도 하다.
자금이 국경을 넘나들면 언제나 사용되는 화폐 역시 달러다.
또 유럽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달러를 가지고 통화정책을 실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달러에 자국 통화를 고정시킨 국가는 무수히 많다.
미 정부가 발행한 국채의 50% 가량은 외국의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수출상품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자국 통화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외국 정부가 미 국채를 팔지 않으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달러화는 국제 금융시스템의 실질적인 기준점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각종 거래와 가치 저장의 수단으로써 19세기 '금'이 가지고 있던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고스란히 물려 받은 듯한 양상이다.
이와 같은 정황을 감안할 때 앞으로 개인들이 달러를 팔려고 하더라도 달러 가치는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굳건히 지키는 한 미국은 달러화로 표시되는 무제한적인 '신용(Credit)' 창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신용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상쇄시킬 수 있는 규모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미국에서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달러 가치는 급락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
◇이 글은 런던비즈니스스쿨의 로라 타이슨 학장이 비즈니스위크 최신호(10월28일자)에 기고한 'In the Dollar We Trust'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