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차 남북장관급회담을 마치면서 양측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핵문제를 비롯한 모든 문제를 대화의 방법으로 해결하도록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을 공동보도문에 명시한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동안 북·미협상에 국한시켰던 핵문제를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논의함으로써 남북간 대화의 의제로 공식화했다는 것은 북측의 진일보한 자세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북한의 핵개발 시인 파문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남측의 불신을 씻어주기에는 턱없이 미흡한 수준이란 점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북한이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교류협력을 원한다면 최소한 최근의 핵사태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과 제네바 기본합의를 비롯한 국제규약의 즉각적인 이행 등에 대한 의지와 해법을 보다 분명히 밝혔어야 했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앞으로 북한이 이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가리라고 믿지만 그 전제는 이미 국제사회에 천명한 핵개발 포기에 대한 실천의지를 분명히 재확인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북핵문제에 대해 정부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으며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기본입장을 누차 밝힌바 있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미국 등 우방국들과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은 자세한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북한이 핵개발 시인과 관련한 사태에 대해 아직도 이렇다 할 입장표명을 하지 않으면서 '대화로 해결'한다는 지극히 원론적인 방법론에 동의한 것을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 사태를 낙관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다만 미국도 대화를 통한 해결방법에 대해 이견이 없는 만큼 북한 핵문제 해결에 우리 정부가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고 본다. 멕시코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앞서 오는 27일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북핵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공조방안이 마련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3일 김대중 대통령과 대통령후보 5명이 청와대에서 회동, 한 목소리로 북한의 선핵포기를 요구하고 이에 초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도 그런 점에서 퍽 다행스런 일이다. 핵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는한 남북간의 여러가지 합의사항도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이번 핵문제 대화합의를 한반도 평화정착의 새로운 전기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냉철한 판단과 적극적인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