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물등급위원회가 '리니지'에 대해 성인등급 판정을 내린 것은 온라인게임산업에 대한 폭력입니다.엔씨소프트가 지난 5년동안 쌓아온 경쟁력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고,세계로 나아가려는 국내 온라인게임산업의 발목을 잡는 행위입니다."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18세 이상' 등급판정소식을 전해듣고 지난 19일 해외출장길에서 급히 귀국한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35)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돌아오자마자 회사 간부들과 7시간동안의 마라톤 대책회의를 마친 후 그는 울분을 토해냈다. "지난 5년동안 엔씨가 일군 성과를 영등위가 어떻게 하루아침에 뒤집을 수 있습니까.온라인게임에 대한 명확한 심사기준조차 갖고 있지 않은 영등위가 기업의 목숨을 좌지우지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얘기입니까." 이날 아침 일본에서 날아온 한통의 e메일은 그를 더욱 허탈하게 만들었다. 지난달 참가했던 도쿄게임쇼 사무국으로부터 '리니지'가 올해의 우수게임으로 선정됐으니 오는 28일 상을 받으러 오라는 내용이었다. "일본에서는 좋은 게임이라고 칭찬해주고,그 개발사가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성인용게임으로 분류하며 지탄의 대상으로 삼고 있으니 코미디가 따로 없습니다." 김 사장은 영등위를 산하단체로 두고 있는 문화관광부에 대해서도 섭섭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말로는 온라인게임이 21세기 콘텐츠산업이라고 떠들면서 정작 정부 당국이 하는 결정은 선도 업체들의 목줄을 죄는 것 뿐입니다.이래서 누가 정부의 정책 일관성을 믿고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하겠습니까." 김 사장은 엔씨소프트의 현 상황을 '사면초가'로 규정했다. 이달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던 중국 시나닷컴과 합작법인설립 등 모든 신규 해외사업이 중단됐으며 오는 11월 예정이던 거래소 이전 신청도 재검토하고 있다. "성인용 등급으로는 중국에서 사실상 서비스가 불가능합니다.또 매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거래소 이전 여부도 이번주까지 다시 검토해 볼 생각입니다." 엔씨소프트는 이날 대책회의를 통해 '12세 등급'으로 심의를 다시 신청하는 한편 다른 온라인게임회사들과 공동대응책을 마련키로 결정했다. 김 사장은 "주위 게임개발사들로부터 리니지가 망가지면 국내 온라인게임산업이 자리를 잡을 수 없다는 격려전화를 많이 받았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게임업계가 오랜만에 한데 뭉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