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벤처기업이 사는 길 .. 김낙훈 <산업부 벤처중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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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헬싱키경제경영대학원(HSEBA)에서 국제경영을 가르치는 레이요 루오스타리넨 교수.
그는 항상 두툼한 가방을 갖고 다닌다.
그 안에는 학생지도를 위한 교재뿐 아니라 말랑말랑한 재활용 인조 미끼 등 자신이 개발한 아이디어 제품들이 들어있다.
종종 한국에 와서 강의하는 그는 수업을 마치면 어김없이 비즈니스에 나선다.
그는 교수일 뿐 아니라 5개의 벤처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이기 때문이다.
그는 핀란드기업이 사는 길은 국제화라고 단언한다.
'글로벌화하라.그렇지 않으면 죽음 뿐이다(Globalize or Die)'가 그의 지론이다.
루오스타리넨 교수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핀란드 기업들은 창업할 때부터 국제화를 생각한다.
5백18만명에 불과한 자국내 인구를 대상으로 사업을 해서는 도저히 성공할 수 없어서다.
창업자는 기업을 세울 때부터 제품을 생산하면 어느 나라에 팔 것인지,그러기 위해선 어떻게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인지 고민한다.
이런 경영철학은 세계적인 휴대폰업체 노키아와 제지기계업체 발멧 등을 탄생시킨 터전이 됐다.
덕분에 핀란드는 연간 1인당 GDP(국내총생산·2000년 기준) 2만2천9백달러의 선진국이자 강소국(强小國)이 됐다.
한국의 벤처기업이 어렵다.
상당수 기업이 제품을 팔기 어렵고 자금유치도 쉽지 않다고 아우성이다.
탈진상태에 허덕이는 업체도 많다.
이런 현상이 2년이상 지속되고 있지만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비좁은 내수시장은 과당경쟁에 휩싸이고 해외거래처를 찾지 못해 제품을 수출하지 못한다.
반면 해외에서 뛰는 교포 무역인들은 이왕이면 한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사려고 노력하지만 적당한 상품을 파악하지 못해 발을 구른다.
신문사로 국제전화를 걸거나 이메일을 보내와 업체를 찾아줄 것을 희망하는 일도 자주 있다.
국내 벤처기업인들과 교포기업인을 직접 연결하는 큰 행사가 오는 25일부터 사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바로 한민족벤처글로벌네트워크(INKE) 총회다.
이들이 한자리에 만나 제품과 기술 교류에 대해 상담한다.
상대방을 서로 현지 지사로 삼을 수 있도록 네트워크도 만든다.
투자유치도 논의한다.
이 행사를 통해 10개국 교포기업인을 사귄다면 큰 돈 안들이고 10개국에 해외지사를 설립하는 것도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 각각의 교포기업인이 1백개의 거래처를 갖고 있다면 이들을 활용해 1천개의 외국 거래처를 확보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핏줄을 가진 교포기업인과 거래를 트는 것은 외국기업을 찾아 이들의 신용도를 조사하고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할 수 있다.
이른바 비즈니스에 따른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벤처기업의 살길은 코스닥 등록에 있는 게 아니라 글로벌 경영에 있다.
코스닥 등록만이 기업의 목표라면 등록이 좌절되면 희망이 없다.
반면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 넓은 해외시장에 판다면 굳이 코스닥 등록을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알찬 회사로 만들 수 있다.
글로벌 경영의 지름길은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다.
유태인이 조국을 잃은 뒤 2천년동안 뿔뿔히 흩어졌지만 인고의 세월을 극복하고 세계의 정치와 경제무대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도 국제적인 네트워크의 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들은 마침내 돈(금융)과 여론(미디어)을 좌우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INKE를 통해 만들어진 글로벌네트워크가 벤처기업의 비상은 물론 한민족을 세계로 웅비시키는 디딤돌이 되길 기대해 본다.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