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농민단체들과 정치권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12월 대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은 모처럼 한 목소리로 FTA 타결을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어 최종 타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농민단체인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지난 16일 반대성명을 낸 데 이어 17일 주요 간부들이 김정호 농림부 차관보를 항의 방문해 "정부는 협상의 최종단계까지 오면서 농민에게 협상내용과 피해대책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정부측을 성토했다. 연합회는 "한·칠레 FTA는 쌀값 하락과 태풍 피해로 위기에 놓인 농민을 사실상 죽이는 행위"라며 즉각적인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18일 열리는 제6차 협상에서 FTA가 타결될 경우 오는 22일로 예정된 '농정실패규탄 농민궐기대회'를 통해 정부의 책임을 낱낱이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도 "농업국인 칠레와 FTA를 맺는 것은 농업을 포기하겠다는 뜻과 마찬가지"라며 "정부가 협정 체결을 강행할 경우 4백만 농민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도 대책 없는 FTA 체결에 대해 정면 비난하고 나섰다.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는 17일 "농민 피해에 대한 대비와 보전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매듭지을 일이 아니다"며 "다음 정부로 체결을 넘겼으면 좋겠다"고 밝혀 농민들의 입장을 지지했다. 노 후보는 "국내 농업에 끼칠 영향과 농민이 입을 피해를 줄이고 소득을 보전할 수 있는 정책적 대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농림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 16일 정책논평을 통해 "FTA 체결은 농민의 반대와 사회적 혼란이 많아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반대하고 국민적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협정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이번 주말로 예정된 FTA 타결에 대비,공식 협정문 작성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부는 다음주께 농민단체 및 농민을 대상으로 협정문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농림부 고위관계자는 "정부 내부적으로 '열린 통상국가'라는 명분 아래 FTA를 강력 추진하고 있는 데 반해 정치권은 대선을 염두에 두고 타결에 전면 반대하고 있다"며 "조만간 협정이 타결되더라도 국회 비준은 정치적인 이유로 다음 정부로 넘겨지는 게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