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산에 사는 문형락씨(36.유통업)는 지난주말 가족과 함께 인근 패밀리레스토랑에 들러 꽃등심 스테이크를 맛있게 먹었다. 아이들의 주문에 밀려 스테이크를 시켰지만 그는 먹기전까지 찜찜해 했다. 문씨는 쇠고기 스테이크에서는 묘한 "냄새"가 난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터였다. 하지만 스테이크를 먹어본 문씨는 놀랐다. 냄새가 나지 않은 데다 고기맛도 생각보다 훨씬 좋았던 것. 그는 나중에야 그 고기가 냉동육이 아닌 냉장육인 사실을 알았다. 요즘 음식점에선 문씨처럼 냉장육을 찾는 소비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냉장쇠고기의 육질과 맛이 냉동쇠고기보다 훨씬 좋다는 점이 알려지고 있기 때문. 냉장육의 성장은 수입산은 물론 국산고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업체들의 냉장 및 유통기술이 좋아지고 소비수준이 높아지면서 소비 시장이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수입 급성장=냉장고기 시장에는 최근 수입쇠고기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수입량을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지난 95년 8t에 불과하던 냉장쇠고기 수입량은 3년 뒤인 98년에 1백56t으로 늘었다. 이어 수입이 자율화된 지난해에는 5천3백36t으로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올해는 8월말 현재 8천3백96t을 기록, 지난해 전체 물량을 이미 넘어섰다. 이같은 추세에 따라 수입쇠고기 유통매장인 이마트 롯데마트 등 할인점 매출도 크게 늘고 있다. 홍원식 롯데마트 축산바이어는 "지난해 10%에 그쳤던 수입육 비중이 올들어 두배인 20%에 달한다"고 말했다. 수입냉장육 소비가 크게 늘고 있는 이유는 맛이 좋으면서도 값은 국내산 냉장육의 절반에 불과할 정도로 저렴하기 때문. 수입냉장육은 현재 1백g당 평균 2천원꼴이다. 맛의 비결=냉장육의 맛은 유통과정에서 자연숙성되는 데에 비밀이 있다. 진공포장된 육류세포 내부에서 이노신산 암모니아 등의 성분이 분해되면 인산 리보스 하이포산린 등 고기특유의 맛과 향을 내는 성분을 만드는데, 이같은 과정이 냉장육을 맛있게 만드는 것. 유통과정도 맛을 좋게 하는 한 요인. 냉장육은 도살직후 위생처리와 진공포장을 거쳐 영하2도~영상2도 사이에서 냉장시켜 유통시킨다. 특히 이 과정에서 콜드체인이라는 이동방식이 쓰인다. 이 방식은 차에 옮겨실을 때 외부공기와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냉장차를 서로 맞대어(도킹) 싣는 것을 말한다. 바로 육즙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반해 냉동육은 얼었다 녹는 과정에서 고기세포막이 파괴돼 육즙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 이렇게 되면 맛이 떨어질 수 있다. 돼지고기도 냉장육시대=돼지고기도 3,4년전부터 냉장육만 팔리고 있다. 삼겹살집은 대부분 생삼겹,생목살,생등심 등 생고기류 취급을 늘리고 있다. 소비자들의 변화에 맞춰 육가공업체들도 고급육개발에 힘쓰고 있다.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거세를 한 수퇘지나 출산경험이 없는 암퇘지만을 도축가공한다. 도축시에도 근육경직을 막기위해 모짜르트나 베토벤등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고 냉수샤워를 시켜주는 등 육질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부분에 대해 신경을 쓴다. 이에따라 냉장 돈육시장은 연간 15~25%가량 성장하고 있다. 올 냉장육 시장규모는 약 7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하이포크(대상) 생생포크(한국냉장)프로포크(목우촌) 후레쉬포크(롯데)도드람포크(도드람)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수입업체들의 공격=한국 소비자들의 입맛 변신은 미국 호주 등 수입업체들의 공격적인 판촉에도 큰 영향을 받았다. 호주축산공사의 경우 한국 시장을 위한 고급 냉장육 따로 출시하고 있다. 올들어 시드니 갈비,시드니 불고기를 냉장육으로 내놨고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할인점 중심으로 판촉행사를 하루도 빠짐없이 진행하고 있다. 도축 4~5개월전 곡물사육까지 시도해 고기맛을 한국인 입맛에 맞추기도 한다. 미국도 7개등급중 프라임,초이스 등 최상급 두가지만 한국시장에 내놓으며 한국인들의 입맛을 파고 들고 있다. 모든 할인행사를 LA생갈비, 냉장 늑간살 등 냉장육 위주로 진행했다. 6월에는 찜용 LA생갈비를 냉장육으로 출시했다. 이관우 기자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