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복원력’을 발휘하고 있다. 끝모를 추락과 함께 ‘과연 바닥이 어디인가’를 놓고 고민하던 증시는 어느새 ‘이번 반등의 목표치가 어디인가’로 빠르게 시선을 이동하고 있다. 뉴욕 등 해외증시가 안정을 되찾으며 투자심리가 회복됐고 외국인과 기관이 매수에 가담하면서 수급여건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는 이러한 긍정적인 여건 변화에 대한 기대와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이 맞선 가운데 기술적 반등 국면을 연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낙폭과대주 중심으로 반등이 나타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뒤늦게 상승에 합류하는 종목을 발굴할 시점이다. 또 지수관련주에 대한 저가 매수 관점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 반등의 목표치 = 종합지수가 630선에 바짝 다가섰다. 장중 630선을 넘어서기도 해 부담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박스권 상단부로 작용해 지지력이나 저항력이 큰 630선이지만 닷새만에 회복을 시도하고 있어 긍정적이다. 종합지수 600선이 붕괴되면서 과매도 국면에 진입한 이후 1차적인 반등 목표에는 도달한 셈이다. 그러나 증시는 반등세를 여기서 그치기보다는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을 거치더라도 오름세를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종합지수는 630선 안착을 시도한 이후 하향하고 있는 20일 이동평균선이 걸려있는 650선까지 반등을 도모할 공산이 크다. 시장에서는 추세를 예상할 수 있는 다음 목표지수대로 지난달 중순 700선이 붕괴되면서 하락갭이 만들어진 680선 정도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먼저 강한 하강 압박을 행사하던 해외악재가 대부분 노출된 이후 가격메리트와 호재가 먹혀들 정도로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어 긍정적이다. 특히 뉴욕증시 주요지수가 단기 저점을 확인한 이후 20일선을 돌파함에 따라 국내증시도 후행 동조를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종합지수가 700선에서부터 추락을 거듭했음에 따라 매물부담이 크지 않다. 대우증권 황준현 선임연구원은 “최근 60일간의 매매를 분석했을 때 680선까지 매물대는 최근 거래량으로 충분히 돌파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수급불균형이 완화되고 있다. 뉴욕증시를 따라 비중을 조절하는 외국인 매매에는 신뢰가 약하지만 기관 매수세가 눈에 띄게 유입되고 있다. 대규모 손절매를 일단락지은 이후 재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매수차익잔고가 1,900억원을 하회하며 연중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점이 우군이다. 최근 반등이 프로그램 매수의 지원없이 이뤄져 ‘든든한 실탄’인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될 경우 예상보다 큰 상승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이밖에 지수에 앞서 바닥을 확인한 거래대금이 증가하고 있다. 거래소 거래대금은 꾸준히 2조원대를 넘나들고 있고 코스닥의 경우 모처럼 1조원을 넘어 연중 최소 수준의 두 배에 달하고 있다. ◆ 삼성전자, 가늠자 역할 = 이런 가운데 증시는 삼성전자 강세와 더불어 반도체 모멘텀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증시의 특성을 고려할 때 반도체에서 모멘텀이 제공될 경우 모멘텀, 주도주, 매수주체 부재라는 난관을 한꺼번에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관련주 강세는 반도체 현물가격이 DDR D램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있고 있는 가운데 대만 난야의 흑자전환과 미국 인텔사의 실적 기대감, 고정거래가격 인상 가능성, 삼성전자 실적 기대 등이 어우러지며 나타났다. 그러나 무엇보다 낙폭과대에 따른 가격논리에 따른 급등이라는 견해가 강하다. 금융주로부터 촉발된 낙폭과대주의 반발이 반도체 등으로 도는 순환매가 전개중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 다만 반도체주, 특히 삼성전자가 서울증시에서 갖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반도체관련주의 방향성을 점쳐보는 것은 시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악재보다는 호재로 작용할 재료가 더 많은 까닭이다. 우선 반도체 현물가격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고정거래가격이 인상될 조건이 갖춰졌다.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아시아 반도체현물시장에서 256메가 DDR D램에 이어 128메가 DDR 현물가격도 고정거래가격보다 높게 거래되고 있다. 대우증권 정창원 반도체팀장은 “반도체 현물가격 강세는 이미 열흘 전부터 진행돼 왔으나 시장이 이제야 호재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D램 강세가 유지되고 고정거래가격 인상으로 연결될 경우 삼성전자의 4/4분기 실적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주 최대 이벤트인 삼성전자의 분기 실적 발표도 악재보다는 호재로 흡수될 공산이 크다. 대신증권 나민호 투자분석팀장은 “사전공시 등으로 기대치를 한껏 낮춰 놓은 탓에 실제 실적이 예상보다 높을 경우 모멘텀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18일에 실적을 발표한다. 영업이익 1조7,000억원선이 호악재의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