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F엔 하트보드(Heart Board)란 이름의 청년이사회가 있다. 현재 업무를 6개월 이상 수행중인 젊은 직원 중에서 10~15명을 선발해 만든 사장 직속 경영혁신팀이다. 멤버들은 매달 2,4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전에 만난다. 정기적인 모임외에 수시로 만나기 때문에 한달에 열 차례 이상 모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회사에 활기를 불어넣는 태스크포스다. 부서간의 상호업무 이해부족으로 인한 업무 중복이나 공백을 방지하는 것이 목표다. 또 업무 개선이나 내부고객만족을 위한 의견수렴채널 부족 등의 문제도 해결해주는 것이 바로 이들이다. 해결방식도 예전에 비해선 파격적이다. 최고결정권자가 "그 자리에서" 결정을 내려주는 방식인 워크아웃(work-out)제도로 각종 추진과제를 완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이 추진과제를 보고할 때는 반드시 사장이 참석한다. 사장은 그 자리에서 채택,검토후 채택,불채택 중 하나를 반드시 골라야 한다. "좋은 의견이지만 두고 보자"는 식으로 미뤄지고 흐지부지되는 일은 절대 없다. 지난 99년에 처음 만들어져 현재 제4기 멤버들이 활동하고 있다. 참여하지 않은 임직원들이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하는 과제가 아직 남아있긴 하지만 변화를 추진하는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90년대 이후 등장한 청년이사회는 활기넘치는 직장을 만드는 상징적인 시스템이다. 훌륭한 일터 20대 기업에 선정된 대부분의 기업들이 유사한 형태의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회사에 흘러다니게 하는 바탕이 될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은 사실 신뢰가 기반이 돼있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종업원들이 경영진을 믿지 못하면 아무리 훌륭한 제도도 소용이 없다. 경영진과 종업원간의 굳은 신뢰를 대표하는 기업으로는 한일시멘트를 들 수 있다. 지난 95년 작고한 설립자 허채경 회장은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글무식(無識)"이 아니라 "인무식(人無識)"이라는 점을 강조했었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종업원은 급여를 받고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한 직장에서 동고동락하는 가족의 개념으로 존중된다. 그렇다고 서로 잘해주는 것만으로 신뢰는 다져지기 어렵다. 하트보드의 예에서 보듯 의사소통이 원할하게 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시스템도 필수적이다. 한일이 종업원과 경영진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한 각종 정보인프라와 종업원의견 수렴제도 등을 도입한 것은 이 때문이다. 성과에 걸맞는 보상시스템도 신뢰를 쌓아가는 중요한 요소다. CJ GLS의 경우 "총보상(Total Rewards)"이라는 개념을 통해 임금은 물론 직원들에게 경제적인 안정과 사회활동 및 휴식의 기회를 주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임금 뿐만 아니라 복리후생 교육.개발 근무환경개선 등도 성과에 걸맞게 향상시켜주는 종업원 중심의 보상체계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