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직장.' '신뢰와 재미가 넘치는 일터.' '또 다른 가정같은 곳.' '2002 한경-레버링 훌륭한 일터상'을 수상해 우리나라 20대 최고 직장으로 인정받은 회사들이 한결같이 갖고 있는 특징들이다. 응모한 62개사 가운데 최고 직장으로 선발된 20개 기업은 다시 순위를 매기기가 어려웠을 정도로 종업원들에게 더 없이 좋은 일터였다. '한경-레버링 훌륭한 일터상'에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부문인 DSN총괄(대표 이윤우)이 1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는 지난 98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GWP(Great Workplace) 운동을 도입한 뒤 전임직원이 '감동의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성과가 사업장 곳곳에 배어나고 있었다. 탁월한 복리후생제도와 구성원들이 보인 강한 자부심도 특징적이었다. 2위에 오른 삼성SDI의 경우는 종업원들의 자기계발까지 회사가 책임지는 교육지원제도가 완비된 점과 6시그마 등 혁신활동을 통한 성과.보상시스템의 강한 연계 등이 높이 평가됐다. 외국계 기업중 최고로 꼽혀 전체 3위에 오른 한국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는 막힌 곳이 없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회사의 노력 등이 두드러졌다. 4위인 한국P&G는 회사의 가치와 기업문화가 업무현장에 그대로 투영돼 공정성 유연성 자율성에 대한 종업원 만족도가 특히 높았다. 5위에 올라 증권업계 최고 직장으로 인정받은 메리츠증권은 사회봉사활동 등을 통해 종업원들이 느끼는 자부심이 인상적이었다. 이밖에 6~20위에 오른 모든 기업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일하기 좋은 직장답게 완비된 복리후생 체계적인 교육제도 원활한 의사소통시스템 등을 기반으로 신뢰가 넘치는 일터를 만들고 있었다. 이렇게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면 일하기 좋은 직장은 몸담고 있는 종업원들에게만 좋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선진국의 예를 보면 회사에도 엄청난 이득이 됨을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경제전문잡지 포천이 선정한 '미국에서 일하기 가장 훌륭한(Great) 1백대 기업'은 최근 3년간(1998~2000년 기준) 연평균 주가수익률이 37%에 달했다. 같은 기간 S&P 5백대 기업의 연평균 주가상승률은 25%에 그쳤다. 이들 기업의 인기는 주식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IT업체로 올해 포천 순위에서 3위를 기록한 사스(SAS)의 경우 지난해 공급한 5백84개의 일자리에 무려 3만4천52명의 지원자들이 몰려들었다. 미국 IT 업계의 평균 퇴사율이 연 17~20%나 되지만 사스는 겨우 5%에 불과하다. 성장성 역시 뛰어나다. 올해 5위인 시노버스파이낸셜사는 96년 86억1천만달러이던 자산이 올해 1백67억달러로 급증했다. 직원수는 7천7백15명에서 1만1천명으로, 계열사는 40개에서 55개사로 불어났다.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면 경쟁력도 그만큼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실증되고 있는 셈이다. 형편이 나은 기업 뿐만 아니라 모든 회사들이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은 물론 한국의 '훌륭한 일터'들도 거창한 경영이론을 적용한 적이 없다. 오히려 경영진이 '액자 속 경영이론'보다는 직원 중심의 신뢰경영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결과라고 봐야 한다. 한국경제신문이 올초부터 펼쳐온 '일하기 좋은 직장 만들기' 캠페인은 일터에서 인간성을 되찾자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이제 '훌륭한 일터상'으로 모범사례(Best Practice)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기업은 '일하기 좋은 직장 만들기'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인재들이 앞다퉈 찾아오고,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 가정같은 일터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렇게 훌륭하고 위대한 일터들이 늘어갈 때 직장사회엔 활기가 넘치고 나라경제에도 찬란한 희망이 보이게 될 것이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