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11시35분 광화문 정보통신부 기자실. 이용경 KT 사장은 미리 준비한 보도자료를 읽어나갔다. "IT(정보기술)산업은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그런데 미국경제 침체로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간통신사업자의 투자마저 축소될 경우 총체적 위기에 직면할 우려가 높은 실정입니다. 그래서 통신 4사가 1조8천억원을 투자키로 했습니다" 이어 질의 응답이 이뤄졌다. 이날 회견에는 이 사장외에 SK텔레콤 표문수 사장,LG텔레콤 남용 사장,KTF 김우식 부사장이 참석했다. 민간업체 사장들이 대거 정부 부처 기자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는 것은 과거 상공부 시절에서나 볼수 있던 풍경이었다. 이날 발표의 핵심인 3천억원 규모 IT투자펀드 조성을 둘러싸곤 그동안 물밑 논란이 치열했다. 수백억원에서 1천억원이 넘는 돈을 내야 하는 통신업체들로선 적잖이 반발했다. 하지만 이상철 정통부 장관은 "휴대폰 요금을 조금 내리는 것보다는 투자를 확대해 파이를 키우는 게 바람직하다"며 강도높게 밀어부쳐 결국 일을 성사시켰다. 콘텐츠업계와 통신장비업체들은 이번 발표를 환영하고 있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IT투자펀드가 도움을 줄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비판의 소리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업계가 자발적으로 펀드를 만든 게 아니라 정통부가 사실상 주도했다는 점이 지적된다. 펀드조성과 대학지원에 SK텔레콤은 무려 2천4백억원,KT와 KTF는 1천5백억원을 내야 한다. SK텔레콤 소액주주인 최경희씨는 "아무리 목적이 좋아도 수익나기 어려운 곳에 이렇게 많은 돈을 쓸 필요가 있나"며 "대기업으로부터 돈을 거둬 평화의 댐을 만든 것과 마찬가지의 반시장적 정책"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표 사장은 회견이 끝난후 오찬 자리에서 "펀드 설립이 주주이익 극대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IT투자펀드가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되려면 될성부른 유망 IT벤처를 발굴해 경쟁력있는 기업으로 키우는 길 뿐이다. 그게 이제 남은 과제다. 강현철 산업부 IT팀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