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서린동 영풍빌딩의 중국은행 서울지점은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 지난 92년 국내에 들어왔다. 당시 이 빌딩 20층 한편에서 사무소로 출발했던 중국은행 서울지점은 이제 1층과 2층을 모두 사용할 정도로 사세가 확장됐다. 설립 때 9백89억원이었던 자산이 10년 만에 10배가 넘는 1조2천억원 규모로 확대됐다. 내년에는 중국출신 근로자들이 많은 안산과 인천 공단지역내에 2.3호점을 개설할 계획이다. 중국은행측은 "한국에서 송금한 돈을 24시간 후 중국 어디서나 찾을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한 결과"라고 고속성장의 비결을 설명했다. 중국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과 여신업무를 강화해온 전략이 결실을 얻게된 것도 또 다른 이유라고 덧붙였다. 한.중 수교 10년이란 짧은 기간 동안 국내에서 기반을 다져가는 중국기업들이 늘고 있다. 투자분야도 초기의 운송 금융 중심에서 벗어나 IT 분야로까지 확대되는 질적 성장도 나타난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국내에 진출한 중국기업은 약 1천5백개사로 누적투자 규모가 2억5천6백만달러에 이른다. 이는 해외로 뻗어 나간다는 '쩌우추취(走出去) 전략'에 따른 것이다. 한국을 판매시장뿐 아니라 우수기술을 얻는 전초기지로 활용하는 중국기업들도 적지 않다. '중국의 시스코시스템스'로 불리는 네트워크장비업체인 화웨이(華爲)는 국내 기술력을 적극 활용, 시장 공략에 나서려는 대표적 기업이다. 지난해 10월 서울 코엑스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한 이 회사는 한국의 고급 IT기술 인력을 유치해 R&D센터를 세우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가격 경쟁력과 국내 엔지니어의 기술력을 결합한 제품으로 한국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회사 다이동솅(載東生) 경리는 "한국은 초고속통신망, CDMA 등 텔레콤 분야의 IT기술이 발달해 있어 R&D센터 설립을 통해 제품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가전업체도 한국진출을 노리고 있다.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은 한국의 컨설팅업체를 통해 10여개 국내기업들과 합작 및 기술제휴를 검토하고 있다. 한.중간 물동량 증가로 해운 항공 업체들의 진출도 러시를 이루고 있다. 매년 20%씩 증가하는 양국간 화물운송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재 35개사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1세대 한국진출 해운업체인 웨이둥 항운의 경우 한국진출 첫해인 지난 90년에는 운송 여객이 9천명에 그쳤으나 지난해는 18만명으로 급증했다. 중국기업들의 국내 진출이 이처럼 늘어나면서 지난해 12월에는 42개사로 구성된 한국중국상회가 공식 출범했으며,코트라격인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www.ccpit.org)도 서울에 사무국을 개설했다.